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부신 햇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듯,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어요. 과연 그 매력의 정체는 뭘까요.

열아홉 살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인이 된 인물,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이에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이 담겨 있어요. 마흔아홉 살의 사강은 유명 스타 작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도박과 스피드를 즐겼으며 문학적 영감을 받았던 작품들과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과 지성들과의 만남을 회고하고 있어요. 그녀가 만난 사람들 중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오손 웰스가 했던 말이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You and I, 당신과 나, 우리는 예술가요. 우리는 자본가 나부랭이나 조잡한 사기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페스트를 피하듯 피해야 합니다. 그들은 단순한 중개인일 뿐이에요......" (106p)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사강은 그의 영화는 유감스럽지만 그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그가 말했듯이 사강도 "예술가들 때문에, 진실 때문에, 거침없음과 위대함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 때문에,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때문에" (106p) 예술가로서 공감했던 거예요.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파격적인 행보가 예술가들에겐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식인 거예요.

사강은 인생에서 모든 짧은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크고 우위에 있는 것이 문학에 대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언제 어디서 위대한 책들을 읽었고, 발견했는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문학은 줄곧 사강에게 어딘가 화재가 난 듯한 인상을 줬고, 그 불을 꺼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깨닫게 된 거죠. 언젠가 그 불속으로 온몸을 던지게 될 거라고, 심한 화상을 입을 줄 알면서도 말이에요. 글을 쓰는 재능이 극소수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의 선물이며 일시적 성공을 안겨주지만 때때로 잔인하게 그들의 삶을 파멸로 몰고간다는 걸 중년의 사강은 받아들였던 거예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천재적인 작가의 삶은 활활 불타올랐고 자신마저도 남김없이 태워버렸네요.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으로 강렬하게 살았던 것이다." (211p)라는 문장으로 사강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했네요. 우리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을 인간으로서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세계와 교류하며 감동과 기쁨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게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듯이 본능적인 끌림은 거부할 수 없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