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 8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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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8권이 나왔어요.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어렴풋하게나마 찾은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자언이 죽기 전의 모습이 살짝 공개되었거든요. 취업준비생의 고단한 일상이라서 마음 한 켠이 무거웠네요.

어쩌다 보니 지금 우리는 너무나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아직까지 자언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와 되살아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불교경전인 대장경 필사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중인데 깨달음의 길은 가까운 듯 멀더라고요. 부처를 밖에서 찾는 이에게는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일침을 가하고, 여기에 집착하는 이에겐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마음과 부처를 말할 필요가 없는 이에게는 '그 무엇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니 중생이 그저 깨달으려는 마음으로 공덕을 닦고 지극정성을 다할 따름인 것 같아요. 자언이가 귀신이 되기 전의 삶을 보면 이십 대 청춘의 싱그러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요. 당산역 귀신이던 자언이가 네 보살 덕분에 다시 일 년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선물 같기도 해요. 못다 핀 청춘을 위한 시간이랄까요. 흥미로운 점은 자언이를 곁에서 돕는 도명존자도 어느새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거예요. 문득 극락이 별 건가 싶더라고요. 어우러져 기쁘고 행복하면 그곳이 극락이지 않을까요.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건 소멸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삶의 고통은 살아있음의 증거인 것 같아요. 자언이를 괴롭히는 것들, 결국 자언이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박자언은 착한 아이입니까?

걔를 극락왕생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14p)


도명존자는 자언이 안에 나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졌고, 문수보살님에게 여쭈어보았어요. 최고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님은 그 존재가 귀신이며 이름은 '마라 파순', 한때 자언이의 안에 잠들어 있다가 완전히 깨어났다고 설명해줬어요. 그러자 도명은 자신이 박자언을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느냐고 물었어요. "네가 해야 할 일은 딱하나다. 자언이에게 잘해줘. 외로운 애잖니. 외로움은 번뇌하는 모든 중생의 본질이고, 그 애는 언뜻 그러한 진리를 체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말을 믿어도 좋아. 진리를 깨쳤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멍청한 짓을 할 때다.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왜 후회가 많겠니?" (243-244p)라고 말하는 문수보살님은 왠지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처럼, 뭔가 후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언이를 되살린 것과 후회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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