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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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은 로리 넬슨 스필먼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주'라는 끔찍한 제목과는 달리,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솔직히 '저주'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이런 게 저주의 심리인가 싶더라고요. 믿든 안 믿든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연관지어 유의미한 증거를 찾게 되잖아요. 저주, 처음 이 단어를 알게 된 게 언제였는지 더듬더듬 기억을 거슬러 보다가 동화책 속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등 줄줄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서 저주의 본질을 잊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배신감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따위 저주로 겁을 줬다니...

주인공은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들, 그 중 세 명의 여성이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이야기예요.

여든 살 생일을 앞둔 포피 이모가 손녀 뻘인 조카 두 명에게 여행을 제안했어요. 스물아홉 살 에밀리아와 스물한 살 루시아나, 둘다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이에요. 두 사람은 사촌 관계인데 사이가 썩 좋진 않아요. 서로를 바라볼 때 '쟤는 왜 저러지?'라는 느낌이랄까요. 에밀리아는 저주를 믿지 않지만 독신주의라서 저주를 핑계삼아 데이트를 피하고 있고, 루시아나는 저주에서 벗어나려고 데이트에 목매고 있어요. 포피 이모는 이탈리아 여행이 케케묵은 저주를 푸는 열쇠가 될 거라고 장담했어요. 에밀리아는 그 말을 믿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여행을 꿈꿔왔던 터라 수락했고, 루시아나는 진심으로 저주를 깨고 싶어서 따라나섰어요. 티격태격, 하나도 맞는 게 없는 세 사람이지만 포피 이모는 특유의 매력으로 둘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겁 많은 거북이 같은 에밀리아와 뾰족뾰족 가시 투성이 고슴도치 같은 루시아나는 포피 이모를 통해서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에요. 무엇보다도 포피 이모에게 푹 빠져버렸어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여인에게 반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굳은 게 틀림 없어요. 매일 매 순간을 반짝반짝 살아가는 포피 이모를 보면서 새삼 삶과 사랑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깨달았어요. 처음엔 저주받은 둘째 딸들의 이야기가 다소 허무맹랑한 동화 같았는데 포피 이모 덕분에 모든 여자들을 위한 성장 드라마가 되었어요. 공감 200퍼센트,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인생의 교훈을 얻었어요.



"왜 너는 가족이 함부로 대하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야?" (56p)


"지도는 넣어두렴." 포피가 제안한다.

"베니스는 미로 같은 곳이야. 방향을 절대 못 찾을 거야.

내가 늘 말하듯이, 길을 잃은 것 같거나 혼란스러우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돼.

마음이야말로 가장 믿음직스러운 길잡이란다." (153p)


"참 흥미로워, 그렇지 않니? 

남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기를 쓰다니." (163p)


"사랑, 세상을 암울한 흑백의 연필 스케치에서 진정 아름다운 유화로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4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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