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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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별》 은 류근 시인의 시집이에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번째 책이에요.

시는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이에요. 왜 하필 이별이었을까요.

제 머릿속에 이별은 사람과의 헤어짐이 먼저 떠오르지만 시인에게 이별은 다른 의미였네요.

<어떻게든 이별>이라는 시에서, "... 어제는 어제와 이별하였고 오늘은 또 어제와 이별하였다 아무런 상처 없이 나는 오늘과 또 오늘의 약속들과 마주쳤으나 또 아무런 상처 없이 그것들과 이별을 결심, 하였다" (24p) 라고 이야기하네요. 진짜 시인은 아무런 상처 없이 이별했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마지막 연에서 "그러니 나의 이별을 애인들에게 알리지 마라 너 / 빼놓곤 나조차 다 애인이다 부디, 이별하자" (25p) 라고 한건 어찌할 도리 없는 삶의 고통을 표현한 게 아닐까요. 어떻게든 이 별,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이별을 피할 수 없으므로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듯이 이별하라는 뜻이겠지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는 시에서는 "파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 파도의 굳은살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38p)라고 한 것도 같은 의미일 거예요. 파도는 밀물이라고 기뻐하고 썰물이라고 슬퍼하지 않듯이, 이별도 파도처럼 받아들여야 할 순리이겠지요.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가사에서도, "또 하루 멀어저져 간다 ...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진짜 서른 즈음에는 몰랐던 노랫말의 감성을 요즘에서야 제대로 음미하고 있어요. 이별을 좀 알만한 나이가 됐나봐요.

그럼에도 삶이 버거울 때는... <굳센 어떤 존재 방식의 기록>이라는 시를 읽어보세요.

"...아아, 모든 구토하는 것들은 미리 먹어둔 게 있다" (113p)

시인은 우리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 흔들리고 아파하는 자신을 숨김 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모두들 보아라, 불행했고 행복했노라.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을 뿐이에요.



시인의 말

당신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하였습니다.

우린 서로 비껴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 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하였습니다.

- 2016년 8월

다시 감성마을 慕月堂 모월당에서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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