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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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꽤나 긴 터널을 지나왔어요. 혼자인 동시에 함께라고 느꼈던 순간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기간이 본의아니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고독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저마다의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 같아요. 솔직한 고백이 주는 묘한 감동이 있어요.

《ALONE》은 스물두 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을 기획한 나탈리 이브 개럿은 여러 작가들에게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집필 요청을 했는데, 이후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인적 외로움뿐 아니라 집단적 외로움에 관한 경험들이 포함되었고, 남성 작가보다는 여성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여성의 시각을 더 넓게 아우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에이미 션, 줌파 라히리, 제스민 워드, 마야 샨바그 랭, 레나 덤햄, 매기 쉽스테드, 헬레나 피츠제럴드, 마일 멜로이, 클레어 데더러, 에이자 게이블, 멜리사 페보스, 디나 나예리, 제프리 레너드 앨런, 앤서니 도어, 에밀리 라보트, 진 곽, 피터 호 데이비스, 이윤 리, 메건 기딩스, 이마니 페리, 리디아 유크나비치, 레브 그로스먼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제게는 낯선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작품을 몇 편 읽는 것보다 여기에 실려 있는 짧은 글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낸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그건 작가라고 해서 더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다만 그들은 이미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 작가라는 점에서 고독과 외로움에 얽힌 사적인 고백도 더욱 깊이 있게 들려준 게 아닌가 싶어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외로움이 주는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안에 머무를 것인지, 한 걸음 더 나아가 빛을 찾아낼 건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은 고독 속에 깊이 몸을 담그기도 하고, 때로는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 반드시 거쳐야 할 시간임을 인정한다면 계속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고독과 외로움을 인생의 걸림돌이나 불행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앤 모로우 린드버그는 <바다의 선물>에서 "자기 자신과의 끈을 놓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끈을 이어갈 수 없다. (...) 자신의 중심과 연결되어 있을 때 다른 사람과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36p)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녀의 말처럼 자신의 중심은 주로 고독 속에서 발견된다는 걸, 순수하고 강렬한 고독의 시간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결국 우리는 누구라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보이지 않는 낯선 이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감정이라는 끈, 서로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우리의 내면이 다시 채워지는 게 아닐까요. 외로움으로 인한 상처들, 우리는 치유할 수 있어요.


"혼자인 가운데, 슬픔의 새가 자유로이 날아갔다.

... 누구도 당신의 슬픔을 향해 공허하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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