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클래식 라이브러리 1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11p)

《슬픔이여 안녕》의 첫 문장이에요. 어떻게 낯선 감정을 자신만의 슬픔으로 정의했을까요.

이 소설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놀라워요.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해요.

이 책에는 <슬픔이여 안녕>라는 소설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한 사강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 그리고 문화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의 글이 실려 있어요.

매력적인 작품에 숨겨진 비밀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사실뿐이죠.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 인물이 지닌 개성과 삶이 전부 소설처럼 느껴져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요약되는 사강의 삶이 주는 묘한 해방감이 있어요. 아마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어나더 레벨이 아닌가 싶어요.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 세실은 "나는 지루함이 죽도록 싫었다. 시릴을 진심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사랑하게 된 후 권태의 영향을 훨씬 덜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시릴과의 사랑은 많은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무엇보다도 권태가, 고요가 두려웠다. 우리, 그러니까 아버지와 나는 내적으로 고요해지기 위해 외적인 소란이 필요했다. 그리고 안은 결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으리라." (128p) 라고 이야기해요. 이 소설은 외적인 사건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세실 스스로 내면을 고찰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보통 작가의 데뷔작은 자전적인 요소가 스며들기 마련인데, 사강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여주인공의 성격만 구상한 뒤 바로 써내려갔다고 해요. 본능에 따르면서도 계산하에 주인공의 관능과 순진함의 비중을 동일하게 섞어 격렬한 청춘기를 표현했다고 하니 놀라운 거예요. 인간의 감정이란 누구나 똑같이 느끼지만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건 대단한 능력이에요. 사랑, 배신, 절망, 슬픔, 고통... 어쩜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토록 특별하게 재단할 수 있는지, 이 또한 낯선 감정이라서 신기했어요. 오직 사강만의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인지도...모르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