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용기 - 불합리한 세상에 대처하는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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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앞날을 가로막는 더욱 큰 원인은 정치다.

정치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정치가 탓에

불행해지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 생명보다 경제를 중요시하는 정치는,

국민들이 평온한 삶을 보낼 수 없게 만든다." (6p)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화내는 용기》를 냈어요.

저자는 머리말에서 일본 정부가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음을 언급하고 있어요. 초창기에 적극적으로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거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에도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거나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법안을 은근슬쩍 통과시키려고하는 정치가들, 이런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가들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불합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고 해요. 그러니 민심이 일본 총리의 낮은 지지율로 드러난 것 같아요. 민생은 돌보지 않고 반격능력 보유와 대폭적인 방위예산 증액 등을 외치고 있는 일본 총리나 이를 동조하며 협력 파트너를 운운하는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해답은 '분노'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으면 안 된다고, 이때 가만히 있지 말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 분노인데, 여기서 말하는 분노는 사적인 분노(사분私憤)가 아니라 공분(公憤)이에요. 사회 정의에 비춰 잘못된 일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품는 감정이 지성적인 공분인 거예요. 인간의 존엄, 인격의 독립성, 올바른 가치가 위협당하고 침해당할 때는 반드시 공분으로서의 분노로 맞서야 해요. 이 분노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지성이며, 정의감의 표출인 거예요. 공분은 사람과 사람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어요.

저자는 불합리한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노를 타자에게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네요. 그런데 일본 정치가의 발언은 사실과 의견이 구별되지 않고, 객관적 판단과 자신의 바람이 구별되지 않는다면서, 대화라고 할 수 있는 말을 주고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또한 저널리스트들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 상황과 소름끼치게 닮아서 놀라웠어요. 저자는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역사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분노의 연대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결국 대화만이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 대화가 아닌 해결책은 일시적일 뿐

오사카대학교에서 개최된 '평화를 위한 집중 강의'에서 

오쿠모토 교코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은 자신의 양손을 꽉 쥐어 보세요. 

다른 한 사람은 짝이 된 사람의 그 손을 떼어 보세요."

그러자 교실 안이 웅성거렸다. 잠시 후 오쿠모토 교수는 말했다.

"'손을 떼어 주세요'라고 말한 사람이 있나요?" 오쿠모토는 덧붙여 설명했다.

"왜 힘으로만 풀려고 했을까요?

평화적 수단으로 분쟁을 넘어서려면 대화해서 

상대와 관계를 맺고 상대에 대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꼭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해 봐야 소용없다고 회피하거나 감정적이 되어 야단을 치고 제압하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이 확실히 쉽고 즉효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들이 일시적인 해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217-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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