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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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는 일들은 너무나 익숙해서 새로울 것이 없어요.

근데 그 감각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까지 깜쪽 같이 속았다는 사실, 감각 이상에 에 관한 특별한 책이 나왔어요.

《감각의 거짓말은》은 신경과 의사인 기 레슈차이너의 책이에요.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을 통해 우리의 신경계가 어떻게 우리를 속였는지를 밝혀냈어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몸의 시스템에 자연이 짜 넣은 세 가지 주요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첫째, 우리에게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정보의 양은 너무 방대해서 제한된 신경계가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일은 느려 터진 인터넷으로 풀HD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것과 같다고 해요. 모든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하기에는 대역폭이 너무 좁은 거죠. 둘째, 우리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살고 있어요. 신경, 척수, 뇌의 구조와 신경세포 간 연결구조인 시냅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하나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방출되는 화학물질에 의존해요.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기까지는 내재적인 지연이 생기는 거예요. 셋째, 감각 정보는 본질적으로 모호하다는 점이에요. 눈 앞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빨간 차가 있다고 상상할 때 그게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실제 자동차라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망막에 떨어지는 시각 이미지만 두고 생각하면 얼굴에서 몇 센티미터 앞에 있는 작은 모형 자동차일 수 있는 거예요. 이렇듯 우리 신경계의 한계는 일상 생활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요.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이 겪는 감각 이상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살짝 소름이 돋았어요. 우리가 몰랐을 뿐, 언제 어떻게 오감의 반란을 경험하게 될 지 알 수 없어요. 저자는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바람에 척골신경마비를 겪었는데 뻔히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자신의 지각력이 몸의 결함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던 거예요. 스스로의 능력과 감각을 통해 현실과 인식 간의 괴리를 몸소 체험한 거죠. 우리는 진짜 현실과 그것에 대한 인식 사이에 편차가 있음을 알아야 해요. 인식한다는 건 어느 정도 정신의 산물이며, 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거예요. 현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생존에 필요한 측면만 볼 수 있다는 견해에 가까워요. 어찌보면 확증 편향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다만 그 결함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겠죠. 놀라운 감각의 세계와 감각의 거짓말들을 알아갈수록 더욱 궁금해지네요. 앞으로 밝혀내야 할 뇌과학의 신비가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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