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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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레시아를 아시나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 가장 큰 꽃을 가졌을 뿐 아니라 냄새가 가장 심한 꽃으로 알려져 있어요.

육안으로는 다섯 장의 잎만 보이는데, 크기만큼이나 성장방식이 매우 독특해요. 잎과 줄기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고,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얻다가 짜잔 하고 커다란 꽃을 피우는데, 그 꽃도 일주일이 안 돼 새까맣게 썩어 버린대요. 그래서 라플레시아를 쉽게 볼 수 없는 거래요. 개화가 되면 지독한 냄새를 풍겨 파리나 딱정벌레 등 암모니아 향취를 좋아하는 벌레들을 유혹해요. 그 냄새가 시체 썩는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송장화(시체꽃) 또는 고기꽃, 괴물꽃으로 불린대요. 꽃이라고 하면 다 하늘하늘한 잎을 지녔을 것 같은데, 이 꽃은 붉은색의 넓적한 가죽질 표면 위에 하얀색 얼룩덜룩 무늬가 붙어 있어서 괴기하고 섬뜩해요. 항아리 모양의 커다란 꽃봉오리는 마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보여서 공포감마저 들어요. 워낙 신기한 꽃이라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소설 제목으로 마주하니 번쩍 번개가 치듯 살인마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꽃의 외관을 가진 식물이 하필이면 시체 썩는 냄새로 곤충을 유인해 죽이고 번식하는 습성이 소름돋게 닮았어요.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은 한새마 작가님의 범죄스릴러 소설이에요.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에요. 어린 여자아이를 죽여 시체꽃 모양처럼 벌려놓은 살인마,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이상한 건 생존자 한 명을 남겨둔 거예요. 열 살쯤 되는 여자아이의 등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상처는 바늘로 한 땀 한 땀 뜬, 죽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커다란 시체꽃 문신이었어요. 이미 일어난 일, 눈으로 목격한 것은 틀림 없다는 착각을 하곤 해요. 과연 그럴까요.

주인공 강시호는 전국 최연소 광수대 강력팀 팀장이에요. 광수대 강력 3팀이 맡았던 사건들은 죄다 시체가 멀쩡한 적이 없이 끔찍해서, '잔혹범죄전담팀'이라는 별칭이 생겼어요. 시호는 이 바닥에서 라플레시아걸로 통하고 있어요. 오직 라플레시아꽃 문신만 새기니까, 근데 그 문신만 고집하는 이유는 동생을 죽인 놈들을 붙잡기 위해서예요. 언젠가는 그 놈들이 문신사인 라플레시아걸을 찾아올 테니까.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해서 전부 인간은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설이나 영화가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어요. 현실의 비극을 모두 담아내기 버거울 정도로, 현실이 더 끔찍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요. 겪어보지 않은 세상, 그 이면의 어둠을 보지 못했던 거죠. 소설을 통해 살짝 엿보는 판도라 상자, 숨막히는 긴장감과 잔혹함이 뒤엉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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