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 - ‘L의 운동화’는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
손석희.김현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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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은 우리 시대를 통찰하는 책이에요.

2014년 9월 22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총 950편 중에서 284편을 뽑아 1권에 140편, 2권에 144편으로 엮은 선집이라고 해요. 솔직히 그때의 앵커브리핑이 너무 그립네요. 다시 볼 수 없어서 아쉽고 허전하네요.

 

가슴 묵직해지는 이야기 <동백꽃 지다> - 2016. 04.04

... 지금으로부터 68년 전 1948년 봄, 제주인 전체의 10%가 희생된 4.3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한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도민들의 봉기. 육지에서 출동한 토벌대는 이른바 '빨갱이'를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철희, 박순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도, 셋이어도 구분 없이 처형되었던... 야만적 이념의 시대.

그 참담함을 몸으로 겪은 한 아버지는 결심했습니다. '내 아이의 이름은 절대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요나라 요堯 북돋을 배培, 강요배라 지었습니다.

가슴이 묵직해지는 이야기지요, 그 후로도 68년... 숨죽이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흐드러진 유채꽃만 보아도,

텃밭에서 씨알 굵은 고구마가 나와도, 죽임을 당해 묻힌 그들 생각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제주도민들에게 학살을 공식 사과했습니다. 4.3 위령제는 국가추념식으로 격상되었지요.

하지만 낡고 견고한 이념의 벽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어제 열린 국가추념식에는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인들의 발길만 분주했을 뿐

그들의 떠들썩한 정치적 구호는 공허했습니다. 대통령은 10년째 자리를 비웠고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희생자 재심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백꽃 지다>의 작가 강요배의 형 이름은 강거배. 두 아들을 잃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몸부림...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 사이로 그렇게

망각이라는 이름의 더께까 쌓여가는 찬란한 봄날... (15-16p)

 

2022년, 정권이 바뀌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뒷걸음치고 있어요. 작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새로 김광동 위원장이 취임했어요.

그런데 제주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과거 발언과 글이 논란이 되고 있어요. 김 위원장은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을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규정했던 뉴라이트 계열 인사예요. 과연 그를 임명한 대통령의 뜻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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