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 융 심리학으로 다시 쓴 어린 왕자
로베르토 리마 네토 지음, 차마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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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거울을 보다가 불쑥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나'라는 존재는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니,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 이면의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낯선 나,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요.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는 브라질 태생의 미국 작가 로베르토 리마 네토의 책이에요.  저자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어린 왕자를 다시 썼다고 해요.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예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비행사는 생텍쥐페리 자신이라서, 저자는 그를 '앙투안'이라고 불러요.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어요.

어린 왕자는 저로서는 드물게 여러 번 읽은 책이에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어린 왕자는 의미 있는 순간마다 만났고 매번 새로운 걸 배웠어요. 사실 많은 작가들이 어린 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는데, 그토록 자주 언급된 내용이 한 번도 질리거나 싫었던 적이 없어요. 그만큼 어린 왕자는 아주 오랫동안 제 마음 속 친구로 자리해 있었고, 늘 많은 도움을 줬어요.

이 책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신이 등장해요. 여기서 신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고, 모든 인간 존재에게 언제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융은 진아라고 부른 개념이에요. 융 심리학에서는 모든 인간이 무의식에 거주하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어요. 저자는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썼을 당시에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 왕자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앙투안을 등장시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인격의 성장과 발달을 융의 심리학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요. 앙투안에게 어른이 되는 의미를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방황했던 거예요. 생애 발달 단계마다 위기를 겪을 수 있는데, 합리적 마음으로 위기를 인지할 수 있어야 극복할 수 있어요. 앙투안은 서툰 어른들을 대신해 질문해주고 있어요. 어린 왕자의 사막, 그 어딘가에 숨겨진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일,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인 것 같아요.



어둠 속에서 신 만나기

앙투안 : 아직도 제 질문에 답해주지 않으시네요. 저는 어떻게 사막을 에덴의 낙원을 바꿀 수 있을까요?

노인 : 나는 그 방법을 보여줄 수가 없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야. 오직 자네의 방법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자신의 낙원을 발견했던 몇몇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십자가의 성 요한이 한 사례지. 그는 자기의 사막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시로 표현해서, 그것을 신에게 더 가까이 가는 기회로 만들었어.

그가 자신의 체험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세나.

...

노인 :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아. 신에거 더 가까이 다가감, 너 자신을 알아야 함, 좀 더 많은 의식을 얻는 것.

그 어떤 이름을 붙이더라도 과제는 성취되어야 해. 아니면...

(지혜로운 노인은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췄다.)

앙투안 : 아니면 뭐요?

노인 : 한 해에 실패하면 다음 해에 다시 반복할 거야. 다른 모습을 하고서, 네 배움을 완성하기 위해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거야.

(181-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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