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한 형제들>은 한국의 근현대사 속 13쌍의 형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왜 형제들의 삶에 마음이 끌렸을까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제는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이나 바깥 세상에서는 그 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요.

한국 근현대사는 식민과 분단, 전쟁과 냉전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인데, 한 인간의 삶으로서 바라보니 더욱 기구하고 기막힌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어요.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된 정두현·정광현 형제는 해방 이후 분단이 그들의 삶을 갈라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어요. 정두현은 해방 후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교 설립을 주도하고 의학부장을 지냈고, 동생 정광현은 친일파 윤치호의 사위가 되어 남한에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서 승승장구했어요. 정두현은 자필 이력서에서 가족란에 정광현을 적지 않았고, 정광현 역시 북한 사회의 주요인사가 된 형을 자신의 인생에서 삭제했어요. 서로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였기에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는 사실이 슬프고 무서웠어요.

안익조·안익태 형제의 생애는 뭐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지니고 있어요. 안익조는 전쟁 통에 반역자로 처형되었는데, 안익태는 <애국가> 작곡가로서 대한민국 최초로 문화훈장을 받았어요. 안익조의 부역 혐의는 만주국군에 군의관으로 근무했다는 것인데 그 외에 구체적인 친일 행위는 밝혀진 것이 없어요. 안익태는 1942년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홀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 지휘 영상이 2006년 3월에 공개되면서 그의 친일 행위가 알려졌고, 《친일인명사전》에 안익조·안익태 형제가 나란히 실리게 되었어요. 애국과 부역 사이, 안익태의 삶에서 그의 공적과 치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국 사회에서 '친일'과 '친북'의 문제는 친일파와 빨갱이라는 낙인찍기를 통해 폭력적으로 작동해왔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는 식민지 조선에서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들을 사회주의자였다는 이유로 외면해왔고, 더 나아가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악마화했어요. 김형선·김명시·김형윤 삼남매는 식민지 해방 투쟁으로 감옥살이를 했는데 해방된 조국에서는 일제 특고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옷으로 갈아입은 이들에게 붙잡혀 '아카(빨갱이)'라 불리며 고문을 당했어요. 마치 마녀사냥처럼 빨갱이로 몰아가면 누군가의 육체적, 정치적 생명을 빼앗는 일이 정당화되던 때가 있었어요.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이들이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고문당하다 죽었어요.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들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념 갈등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독재 정권의 폐해가 너무나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데올로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하고 있어요. 역사 속 형제들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상처와 아픔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분단국가라는 비극, 그 갈라진 틈을 어떻게 메워나가야 하는지 이제는 함께 이야기할 때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