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역사 - 지도로 그려진 최초의 발자취부터 인공지능까지
맬컴 스완스턴.알렉산더 스완스, 유나영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끄적대며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지도를 그려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기껏해야 동네 약도?

늘 완성된 지도만 봐 왔기 때문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마냥 지도를 그린 사람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지도 제작자라고 하면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외에는 딱히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동안 읽었던 역사책 속에 지도들이 바로 지도 제작자의 작품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지도의 역사>는 평생 50여 년간 지도를 제작해왔고, 100여 권의 각종 분야사와 역사상 가장 많은 주제도를 만들어낸 맬컴 스완스턴과 그의 아들 알렉산더 스완스턴이 함께 쓴 책이에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독자들에게 지도 제작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지도에 관한 모든것, 지도에 그려진 인간의 발자취를 제작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낸 내용이라 꽤 흥미로웠어요.

우선 인류의 역사 이야기로 출발하고 있어요. 초기 인류가 상상하고 인지한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현재 발굴된 가장 오래된 지도는 고대 바빌로니아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 조각이에요. 연대가 약 4,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이 점토판이 발굴된 장소는 시파르라는 고대 도시가 있던 곳으로 현재 이라크의 텔 아부 하바라고 해요. 이것은 세계를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본 평면 지도로 동심원 두 개 안에 유프라테스 강과 산, 늪지, 운하 등을 표시한 기호와 주요 도시가 동그라미로 그려져 있어요. 바빌로니아인들이 만든 이 점토판은 특정 지역의 토지 소유 현황을 기록한 문서였고, 세금 징수에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그 당시 수학자들은 원을 360조각으로 등분하여 일 년을 약 360일로 정의했는데 이런 수학적 개념이 지도 제작에서 실질적 가치를 발휘했다고 하네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지리학자, 천문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지리학」에서 투영법을 이용해 지도 그리는 법을 설명했는데, 이는 구형의 지도를 평평한 표면에 나타낼 수 있는 수학 공식을 고안해냈다고 해요. 프톨레마이오스는 세계지도를 그리는 단순하고 믿을 만한 방법론을 제시했고 지도 제작자들은 이 체계를 통해 정확한 작업이 가능했다고 하네요. 

지리학자와 여행가들은 지도의 영향권 아래서 각자의 고유한 세계관을 창조했고, 바스코 다 가마와 크리스토퍼 콜롬버스 같은 유럽의 탐험가들은 신세계를 발견했으며, 탐험가이자 탁월한 지도 제작자였던 제임스 쿡은 태평양을 세 차례 항해하며 오스트레일리아 동해안과 하와이 제도의 지도를 그렸어요. 우리가 배웠던 세계사 속에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각 시대별 지도에서 지정학적 분석이 점차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저자는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도를 그려왔다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지도를 통해 과거의 교훈을 망각하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도는 곧 역사이고, 그 역사는 언제나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