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이한 제목은 눈길을 끌게 마련이죠.

사실 '전 세계가 열광한 공포 단편 소설집'이라는 문구가 더 자극적이긴 했어요.

평소에 추리와 미스터리, 공포 장르를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자석에 끌리듯 읽게 된 것 같아요.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처음 쓴 공포 소설집이라고 해요.

모두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그 가운데 <쇼핑카트>는 섬뜩한 이웃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술 취한 남자는 길거리에 있는 늙은 남자에게 마구 발길질을 했어요. 걸인으로 보이는 노인는 자신의 쇼핑카트를 옆에 세워둔 채 길에 똥을 싸고 있었고, 이를 본 남자가 화를 내며 폭행한 거예요. 노인은 쇼핑카트를 끌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남자에게 제지를 당했어요. 동네사람들은 거렁뱅이 노인을 비웃었어요. 그 쇼핑카트가 동네에 온 지 보름 후부터 불행한 사건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났어요. 정말 카트의 저주일까요.

<돌아온 아이들>은 실종된 아이들이 돌아온 뒤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상황을 다루고 있어요. 기자들은 집에 돌아온 아이들에 대해 대중들이 호응할 만한 감동적인 장면만을 부각시킬 뿐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진실처럼 아이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요.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려져 있을 뿐이에요. 뉴스에 보도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진실들이 도리어 끔찍한 공포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유령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각각의 작품들은 보여주고 있어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이 작품이 2021 인터내셔널 부커상 숏리스트(최종 후보)에 오르며 라틴아메리카 환상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요. 충분히 그럴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느낌과 감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한 가지만큼은 공통된 질문처럼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싶네요.

당신을 두려움을 떨게 만드는 극강의 공포는 무엇인가.

이 작품집의 스페인판은 2009년 처음 출간되었다고 해요. 저자는 2021년 한국어판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공포소설은 현실 세계의 공포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차갑고도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박히네요.


"... 사람들에게 닥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가난이다.

라틴아메리카처럼 불평등한 사회에서 가난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두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괴물로 만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른 이들(타자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342-343p)


"공포 소설은 저주받은 집과 같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이상,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문턱을 넘어가야 한다."  (34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