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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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스피러시 Conspiracy>는 음모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음모론이 아닌 실제 음모에 연루된 모든 가담자와 인터뷰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에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건은 프로레슬링 선수 테리 볼레아(활동명 헐크 호건)와 IT 투자자이자 억만장자인 피터 틸이 고커 미디어의 창립자 닉 덴튼, 전 편집장 A.J. 돌레리오를 고소하여 승소한 거예요. 재판 결과, 고커 미디어가 배상해야 할 총 액수는 1억 1500만 달러이며 그중 6000만 달러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었다고 해요. 이는 언론사에 내려진 최대 배상액으로 추정되며, 10년 전 시작된 불화가 오랫동안 진행된 음모를 통해 치명타를 날린 결과예요. 결국 무적인 줄 알았던 인터넷 강자 고커 미디어 제국을 몰락시킨 건 바로 음모예요. 

사실 처음엔 의아했어요. 우리가 아는 음모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음모를 동의하고 지지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저자는 음모에는 훌륭한 음모도 있고 형편없는 음모도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어요.


"음모란 누군가를 권력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적이 모르게 은밀히 움직이고, 

마키아벨리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표현한 기존 질서의 전복을 꾀하고, 

새로운 일이라고 표현한 기존 질서의 전복을 꾀하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협력하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다.

음모에 가담하는 것은 곧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13p)


닉 덴튼은 글쓰기, 사회비평, 저널리즘을 비디오 게임처럼 탈바꿈시키면서 고커 미디어를 키워나갔어요. 특히 남들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여기는 일에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즐겼고,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공공연한 비밀을 파헤치는 일에 주력했어요. 고커 미디어는 헐크 호건의 불륜 장면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 발췌본을 게시했는데 이는 도난당한 테이프였어요. 피터 틸에 대해 덴튼은 '뼛속까지 게이, 본질적으로 게이다'라는 댓글을 달면서 대중들이 이상한 추측을 하도록 조장했고, 고커 미디어가 틸에 대해 작성한 기사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명성을 누렸어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굳이 숨긴 적 없으나 사생활을 중시했던 틸로서는 분노할 만한 상황이었고, 미디어 폭군을 응징할 음모를 계획하는 시초가 된 거예요.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음모의 본질이에요. '음모'라는 단어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실제 적용된 결과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럼에도 이 책에서 특정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적은 많은 사람들이 교훈을 얻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덴튼과 틸을 모두 알고 있는 저자로서는 두 입장을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음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집중했어요. 다만 피터 틸이 자신의 행동을 사회적 선으로 인식했고,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를 제거하여 변화를 일으키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물론 피터 틸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일은 패착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미래에 대해 방관하며 좋은 놈이 끝내 이길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모순된 태도인지를 깨달아야 해요.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그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음모가 불가능하고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피터 틸은 해냈어요. 마키아벨리가 알려준 적절한 음모의 세 단계, 즉 계획, 실행, 여파를 거쳤고, 가장 중요한 인내와 용기를 발휘하여 성공했어요. 세상에 음모가 사라진다면 모를까, 더 이상 음모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요. 피터 틸과 닉 덴트를 통해 음모를 성공시킨다는 것의 의미와 음모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똑똑히 봤고, 교훈을 얻었네요. 

저자는 마가렛 애트우드의 말을 빌려 "최종 결정을 내리는 대신 전략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하네요. 

미국의 경우처럼 허위보도로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부 언론에서는 자유 언론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그동안 허위보도로 인한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논리라고 여겨져요. 최소한의 법이 갖춰져야 최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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