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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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은 음악 기자가 알려주는 클래식 교양 입문서예요.

일단 이 책은 재미있어요. 클래식은 잘 모르면서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은,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면 단박에 사라질 거예요.

저자는 능숙하고도 친절하게 우리를 클래식의 세계로 이끌고 있어요. 오늘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고 했다면 이 책부터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전형적인 클래식의 지식을 나열하거나 정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첫장을 펼치자마자 덮고 말았겠지만, 요즘 콘서트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에서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어떤 연주가 잘하는 연주일까요. 과연 잘 하는 연주가 좋은 음악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1994년생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를 소개하고 있어요. 2015년 러시아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드바르그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면 굉장히 독특하게 연주하고 있어요. 이 대회의 우승자는 따로 있지만 콩쿠르 당시 음악을 좀 듣는다는 사람들은 전부 드바르그 얘기만 했다고 해요.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는 이른 나이에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는 열한 살에 친구가 치는 걸 듣고 독학으로 시작했다가 열일곱 살에는 아예 포기하고 슈퍼마켓에서 일했대요.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재즈 클럽에서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대회에 나왔고, 이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으니 대단히 용감한 도전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책에는 QR코드로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연주하는 쇼팽 연습곡을 들을 수 있어요. 그의 연주는 악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게 아니라 틀리고 또 틀려도 자신만의 해석을 하고 있어요. 코르트와 드바르그는 연주를 잘하는 연주자가 아닌 자기만의 스타일로 해석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거예요. 특히 요즘 시대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완벽한 음악이 가능해졌지만 우리를 감동시키는 건 자기 소리,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예술가의 공연이라는 것. 그럼에도 기계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인류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의 숨은 이야기와 음악 기자로서 만난 연주자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는 흥미진진하네요. 예술가는 역시 달라,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진짜 모습을 감출 수 있지만 진정한 예술가들의 연주는 소름돋을 정도로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고 하네요. 무대에서 생긴대로 연주하는 것을 볼 때의 재미와 즐거움이 감동으로 전해지는 건가봐요. 경쟁심이라곤 일도 없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처럼 연주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것이 재능이고 예술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클래식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들만을 골라서 Q&A 으로 알려준 내용은 정말 유용한 것 같아요. 기발한 질문들이라 클래식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클래식의 세계로 향하는 첫걸음은 열린 마음과 귀 그리고 이 책이 함께 할 것 같네요. 


♪ 어떤 악기든지 사람을 동경한다. 사람 목소리처럼 연주한다면 악기의 최고 경지다.

"좀더 노래하세요." 서정적 지휘자도, 냉철함으로 역사에 남은 지휘자도 똑같은 주문을 한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와 세리주 첼리비다케의 연습 장면에서다.   이들은 바이올린, 첼로같이 악기를 들고 있는 연주자들에게 노래를 강조한다.  성악가가 아닌 기악 연주자들에게 말이다.

노래하듯 하는 것은 지금도 수많은 어쩌면 거의 모든 악기 연주자의 꿈이다.

모든 악기를 위해 쓰인 악보에는 어김없이 '칸타빌레(노래하듯이)'가 적혀 있다. 

 (230-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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