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 - 타투이스트 연의 꽃 처방
연 지음 / 봄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나온 풀꽃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돼요.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그런데 여기, 주저앉고 싶어 몸을 낮추었다가 노란꽃을 발견한 뒤로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이 있네요.

자신이 게을러서 남들보다 더 자주 누워 있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말없이 한참 울었다고 해요.

우울증 약 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려워져서 생계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가, 오래전부터 그림과 꽃을 좋아한 것이 떠올라서 4년째 사람들 몸에 꽃을 그려주는 타투이스트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요. 어쩌다가 의도치 않게 좋아하는 꽃을 마음껏 그리는 일을 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선택한 모든 것들이 인연처럼 느껴서, 그 의미를 담아 '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우와, 신기해요. 처음부터 '연'님의 사연이 뭔가 제 마음과 통해서 이 책 자체가 제게는 노란꽃의 행운처럼 느껴져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책이지만 누구든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 사람은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은 힘들고 지친 나를 위한 책이거든요. 

다 놔 버리고 싶은 그 순간, 다시 살아갈 힘을 줄 테니... 제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그 풀꽃처럼 우리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기억하게 해주네요.


이 책은 타투이스트 '연'의 꽃 처방전이에요. 예쁜 꽃 그림과 함께 다정하고 따스한 말들이 적혀 있어요.

실제로 '연'님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그에 맞는 꽃을 골라 예쁘게 새겨준다고 해요. 타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데다가 아픈 건 딱 질색이라 앞으로 할 계획도 없지만 '연'님 덕분에 타투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요. 흉터 위에 새겨진 꽃 타투가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다니 아름답네요. 몸에 뭔가를 새긴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서 즉흥적으로 함부로 할 일은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연'님은 특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손님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 마음에 대한 꽃을 처방해주니까요. 역시 진심은 통하나봐요. '연'님의 꽃 처방은 제 마음에도 꽃을 새겨주네요. 우리가 잊고 있던 마음의 꽃, 이제는 활짝 피우기만 하면 돼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힘들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새로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고 용기를 주네요. 



"... 상처 위에 새긴 꽃이 마치 '멈춤 버튼' 같아요. 

마치 이 꽃들이 내가 더 격해지지 않게 도와줘요. 

상처가 있는 분들,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종종 겪는 분들에게 

그런 버튼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어요. 가라앉는 기분을 전환해 주는 버튼이요.

저는 그 방법으로 타투를 택했지만,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요."   (46p)


"... 이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에게

나는 앵초와 프리뮬러를 처방해 주었다.

앵초는 분홍빛의 하트 모양 꽃잎 다섯 장이 모여 작은 꽃을 이룬다.

앵두꽃과 벚꽃을 닮아 앵초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앵초는 여러 가지 꽃말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 '비할 바 없는 아름다움'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프리뮬러는 앵초과의 식물로, '청춘의 희망'이라는 꽃말을 지녔다. 

프리뮬러 Primula 는 라틴어로 '제일 먼저'라는 뜻이다.

남들의 시선에 맞추느라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는 그녀에게서 지난날의 내가 보였다.

우리는 저마다 있는 그대로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존재인데, 삶 속에서 자꾸만 그 사실을 잊게 된다."   (5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