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차별, 처벌 - 혐오와 불평등에 맞서는 법
이민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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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지켜보며 속으로 비겁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명백하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의 문제인 듯 회피했던 거죠.

이 책은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의 본질을 깨우쳐 주고 있어요.

<차이, 차별, 처벌>은 뉴욕 차별금지법 소송 전문 변호사의 질문과 생각을 다룬 책이에요.

우선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누구나 '우리'의 개념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의 범위는 굉장히 유동적이기 때문이에요. 눈앞의 상황과 주관적 관점에 따라 너무나 쉽게 '우리'의 적용 범위가 바뀌면서, '우리'는 포괄적인 동시에 배타적인 개념이 되는 거예요. 저자는 '우리'를 기준으로 괄호 안과 밖, '우리'의 경계선 바깥에 있는 그들은 악하고 틀린 것으로 보는 비합리적인 분류 혹은 분리, 배제를 '차별'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니 차별에 관한 논의는 곧 우리에 관한 질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우리에게 집요하게 묻고 있어요. 차별이 만연한 지금, 그대로 보고만 있을 거냐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아요. 우리 모두가 차별이 지닌 문제를 직시하고 격렬하게 논쟁해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걸 질문을 통해 말하고 있어요.

저자는 차이가 어떻게 부당한 차별로 변하는지, 그 차별을 통제하기 위한 처벌의 범위와 정도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제껏 차별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전문가들의 역할이라고만 여겼지, 우리가 해야 할 대화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정의 definition 와 우리의 정의 justice를 제대로 논의해야만 하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문장이 떠올랐어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본 예링이 했던 말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침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합리적인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차별과 혐오, 불평등에 맞서야 해요. 누군가 차별을 당한다면 당연히 차별하는 사람에게 잘못을 경고해야 하고요. 이때 '우리'의 개념이 중요해요. 성별, 나이, 종교, 인종, 지역, 장애, 학력, 정치 성향,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 온갖 요소로 경계선을 긋는 '우리'는 또다른 차별이니까요. '우리'를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확장해야 사회의 결속을 방해하고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차별 행위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요.

2020년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고, 2021년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어요. 현재까지 두 법안 모두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예요. 국회 입법절차를 통해 제정되기 전까지는 그저 법안일 뿐이에요. 차별금지법이 궁극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의 불합리한 차별을 감시하고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우리 스스로 차별금지법이 왜 지금 필요한지를 알아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법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한 필수장치에요. 바로 우리를 위한 법인 거죠. 이 책은 차별과 평등, 공정과 정의에 대한 논의를 통해 더 나은 '우리'를 일깨워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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