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주, 생존 -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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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은 과학저널리스트인 소니아 샤의 책이에요.

오늘날 전 세계는 난민을 포함한 대량 이주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퍼져 있어요. 그러나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 각국은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개인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요. 오히려 이러한 특수 상황 때문에 '인류의 이주'라는 주제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와닿는 것 같아요.

저자가 이주를 추적하게 된 이유는 수년간 동식물이 일으키는 피해를 보도하며 글을 써왔던 것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와도 관련이 있어요. 저자의 부모님은 인도인이며, 미국으로 이주하여 저자를 뉴욕에서 낳았다고 해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당연히 '미국인'이지만 검은 머리카락과 갈색 피부 그리고 생김새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고 해요.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시선대로 자신을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어냈고, 자신을 한 번도 일반적인 미국인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이상한 건 인도를 방문했을 때도 이방인의 느낌을 받았다는 거예요. 부모님의 이주가 저자에겐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했고 그걸 가라앉히는 데 거의 50년이 걸렸다고 하니 감히 짐작도 못할 일인 것 같아요. 또한 몇 년간 저자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두 아들이 오스트레일리아식 억양으로 말하고 그 지역 주민들처럼 인종차별적 사고를 하는 걸 보며 대륙 간 이동에 대한 열정이 시들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이후 그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이주가 유발하는 혼란에 대한 의혹을 품었고, 그때부터 전 세계의 이주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 책에는 인류의 이주가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음을 생물지리학, 보존생물학, 유전학, 인류학, 과학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이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이 존재하며 일부는 사회적인 위협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어요. 매우 정치적인 속셈이 보여요. 실제로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토착민에게 위협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데도 가짜 뉴스가 퍼지는 걸 보면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의 핵심은 명확해요. 인류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주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허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지금은 전 세계가 기후 위기를 겪고 있어요. 이 변화하는 지구에서 다른 야생의 동식물들과 함께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인간은 왜 이주하는가'가 아니라 '이주'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가'이며, 이주는 위기가 아니라 해법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인류의 생존은 우리 모두가 경계를 허물고 지구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부디 정치인들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지 말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지식을 갖춰 양심적으로 행동하기를 희망할 뿐이에요.


"나는 이주를 인간 경험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옮기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리라는 것을 인정한다.

안정성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우리는 변치 않은 자연과 그 속에 있는 우리의 변치 않는 터전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이주가 규칙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항상 움직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그리고 어떤 신비한 정체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분리하여 반전시킬 수 있는 단일한 요인 같은 것은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 나는 나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었다. 지구상에서 내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누구보다도 소속감을 느낄 자격이 있는 존재로 말이다.

누가 관심을 가지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복잡한 형용사를 덧붙이지 않고 나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난민을 위한 자원활동가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문화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도 말할 것이다."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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