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족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가족>은 김하율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가족'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어요.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가족들이 총출동한 것 같아요. 새 아파트를 입주하기 위한 위장 이혼과 위장 결혼부터 호르몬 주사로 모성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피와 눈물이 메마를 때까지 쪽쪽 빨려야만 하는 빈곤한 청춘, 전철역 입구에서 파는 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을 바통처럼 쥐고 출근하는 사람들, 쾌적한 환경의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신혼부부의 악전고투, 낳아주기만 했지 인생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사기꾼 아버지와 이복자매, 평생 엄마로만 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이름으로 남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다이나믹한 롤로코스터 같아요.

이상한 건 분명 낯선 가족들의 모습인데 그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거예요.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면서도 팍팍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애쓰는 거라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그건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니까요. 아무리 황당하고 기괴해도 저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있고, 우리는 그걸 바라볼 뿐이니 그들의 삶을 세상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런데 엄마에 관한 내용은 상반된 감정과 생각들이 뒤섞여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모성애로 우겨대도 여성의 희생을 강요할 순 없는 일이에요. 하물며 난임이나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그 전 단계부터 희생을 요구당하고 있으니...  엄마가 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데, 사회는 모든 여성이 엄마로서 태어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 사회가 협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니까요.

마지막에 가슴을 울린 건 진짜 엄마의 모습이었어요. 늙고 병들어도 끝까지 딸의 손을 잡아준 엄마, 엄마로만 불렸던 한 사람.

어쩌다 가족이 된 건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법적인 가족의 테두리는 껍데기일 뿐, 진짜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본질이자 핵심인 것 같아요.  당신에겐 진짜 가족이 곁에 있나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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