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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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의 주인공은 맷이에요.

열일곱 살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설명하기엔 맷은 좀 특별해요. 

그러나 학교에 걔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면 거리낌 없이 괴롭히는 사이코패스들.

읽는 내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왕따, 학교 폭력, 그리고 말 못할 비밀까지... 맷은 피해 학생이에요. 

현실에선 아무도, 아무것도 맷을 도울 수가 없어요. 엄마는 맷을 사랑하지만 생계를 책임지느라 녹초가 된 상태이고, 누나 마야는 맷의 비밀까지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지만 지금 가출한 채 연락이 끊겼어요. 그래서 맷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몸'을 제어하기 시작했는데, 실은 그냥 굶는 거예요. 식욕을 억누르면서 스스로 강하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점점 앙상하게 말라가는데도 자신을 거대하고 뚱뚱하고 기름지고 혐오스러운 생물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학교의 걔들과 싸울 수 없으니,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거예요. 매일 자신이 섭취한 칼로리와 함께 몸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기록을 자칭 법칙서라고 이름 붙였어요. 누구든지 이 법칙들을 따르면, 적어도 자신만큼 괴로움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

여기서 맷의 비밀을 밝히고 싶진 않아요. 중요한 건 비밀이 아니라 맷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이니까요.

설마, 겨우 열일곱 살에게 닥친 고통의 크기가 이 정도라고?  아마 다들 짐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어린애라서 의지가 약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른들이 틀렸어요.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모든 의지를 끌어모아 버텨낸 거예요. 견뎌내려고 애쓴 거라고요.

정말 신기한 건 이 모든 상황들이 최악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거예요. 만약 가까이에서 맷을 지켜봤다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라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맷의 관점에서는 완벽한 히어로물이 펼쳐지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듯이 히어로는 고통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법.

자칫 암울하고 절망적인 이야기가 될 뻔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반전으로 놀라운 깨달음을 주네요. 무엇을 깨달았냐고요?

그건 맷의 법칙서에 자세하게 적혀 있어요. 이것만큼은 맷을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아요. 맷이 의도했던 대로 법칙서는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물론 법칙들이 어떻게 활용되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진짜 결론은 이거예요. 맷은 정말 특별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 그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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