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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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은 요리와 음식 속에 담긴 심리학 이야기를 다룬 책이에요.

이론이나 연구 내용이 아닌 매일 먹는 끼니를 통해 그 음식이 가진 치유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밥 먹었어?"라는 질문으로 안부를 건네곤 해요. 익숙하게 주고 받는 평범한 질문이지만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관심과 애정을 듬뿍 담은 특별한 표현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서로 끼니를 챙긴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의 구성은 참으로 독특한 것 같아요. 

저자가 살면서 먹었던 음식들이 주인공이에요. '나를 치유하는 음식'이 하나씩 등장해요. 장례식장 육개장 한 그릇, 콩자반, 초콜릿 한 조각, 라면, 고등어조림, 곰탕, 삼계탕, 시나몬 롤, 티라미수 케이크, 도시락, 달걀밥, 청국장, 밥과 김치, 레몬 과자, 오이 냉국, 삶은 달걀까지 각 음식마다 지나온 추억이나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해석들을 덧붙이고 있어요. 

이를테면 곰탕은 '긍정'의 심리를 담고 있어서, "이걸 먹고 나면 좋아질 거야, 곰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요. 저자는 어린 시절에 몸이 약해서 병원과 한의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해요.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한약을 수저로 떠먹여주고, 곰탕을 정성들여 고았다고 해요. 하루를 꼬박 들여 완성한 곰탕의 맛이 아이에겐 그저 밍밍하고 기름진 맛이었지만 엄마는 어떻게든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셨대요. 곰탕 한 대접을 모두 먹을 때까지 옆에서 떠먹여주고 김치를 찢어 숟갈 위에 얹어주면서, 엄마가 잊지 않고 말해주던 주문이 있었대요.

"아이고, 우리 딸 건강해진다. 이거 다 먹고 나면 엄청 튼튼해진다."  (92p)

엄마의 사랑이 담긴 주문 덕분인지 식욕이 돌았고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어른이 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곰탕은 엄마의 손끝에서 탄생한 모든 밥상을 상징하는 저자의 소울 푸드였대요. 저도 곰탕을 떠올리면 비슷한 감정이 느껴져요. 뽀얀 국물 한 그릇을 싹 비우고 나면 온 몸이 따뜻한 에너지로 충전된 것 같아서, 저희 집도 가족 건강을 지키는 대표 음식이 되었어요. 곰탕을 만드는 법은 단순하지만 그 과정은 오랜 시간 만큼이나 정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해요. 저자가 긍정적인 마음에 비유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긍정적 마음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희망을 품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의지인 것처럼, 곰탕은 딱딱한 뼈가 말랑말랑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우러내는 인내심으로 완성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자신이 먹어본 음식 목록을 떠올리겠지만 제 생각에는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미식가처럼 음식 자체의 맛만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서 보여준 음식들은 '나를 치유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음식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맛보는 것이 중요해요. 신기한 건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제 마음까지 함께 들여보게 된다는 거예요. 삶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 이야기가 따스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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