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스마르크 - 전환의 시대 리더의 발견
에버하르트 콜브 지음, 김희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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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스마르크>는 독일 역사학자인 에버하르트 콜브가 쓴 책이에요.

이 책은 독일제국의 창설자로 불리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라는 인물을 시대별로 나누어 집중 탐구하고 있어요.

독일 역사에서 비스마르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대 독일국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신화 비스마르크'가 아닌 비스마르크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왜냐하면 지금이야말로 비스마르크를 정확히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라고요. 그동안 독일 역사에서 비스마르크는 이데올로기의 도구로써 신격화되었다가 암흑의 전설로 매도당했다고 해요. 어떻게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토록 극과극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에요.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독일에서는 비스마르크를 다룬 전기만 25종이 넘을 정도로 대단한 정치가였던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주목해야 할 점은 영웅처럼 떠받들기 위한 신화가 아닌 실용주의 정치가로서의 업적과 유산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비스마르크의 전기인 동시에 현대 정치의 해법을 구하기 위한 대표적인 인물 탐구서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스마르크가 수상과 외무 장관에 임명된 시기는 그의 나이 마흔일곱 살이며 당시 정세는 녹록치 않았다고 해요. 그는 독일과 유럽에서 프로이센의 위상을 다지고 구축하기 위해 외교 문제에 힘을 쏟았는데, 의회와의 갈등이 어찌나 심했는지 수상으로 첫해를 마감할 때는 비스마르크 자신이 15년은 늙어버린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고 해요.

프로이센 정치를 책임지는 자리를 맡은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 국가와 왕정의 권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기준으로 상황에 따른 기회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어요. 요동치는 유럽의 세력 판도에서 비스마르크는 평화 협상 체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프로이센 왕을 설득하느라 무척 애를 썼다고 해요. 1866년 8월의 몇 주 동안 비스마르크가 이뤄낸 평화조약 체결로는, 오스트리아와의 평화협상, 독일 남부 국가들과의 화평 조약, 북독일 연맹의 창설, 합병된 지역들을 포함한 행정구역 재편성, 헌법 갈등의 종식 등으로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정이었기에 온힘을 다하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해요. 국내외 정치 무대를 주시하면서 정부와 의회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엄청난 업무를 소화했다는 사실은 높게 평가할 만한 역량이며, 북독일연방의 기틀을 공고히 다진 일은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평생 왕권 수호를 위해 몸바쳤던 75세의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섬겨온 주군의 20대 아들, 카이저에게 내쳐졌어요. 젊은 카이저 주변을 맴돌던 비공식 참모들의 이간질 때문에 카이저와 비스마르크는 충돌했고, 비스마르크는 해임됐으며 그 뒤로 외교정책의 치명적인 실수들이 벌어졌어요.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프로이센과 독일제국의 수상으로서 탁월한 외교감각과 정치적 균형감을 보여줬으나 마지막은 쫓겨났다는 건 독일 역사의 오점이자 세계사적인 비극의 시초라고 보고 있어요. 비스마르크가 퇴임할 당시에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는데 오히려 외국의 반응은 물러나는 수상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장차 벌어질 일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해요. 유럽의 평화를 지키는 데에 그의 공적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후 독일제국의 혼란 속에서 히틀러 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은 끔찍한 비극이에요.

독일 정치가 구스타프 슈트레제만은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제국으로서 계속 존립할 수 있었던 건 "비스마르크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증거"(260p)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비스마르크가 완벽한 정치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독일 역사에서 정체성을 담보해주는 역사적 위인으로도 대접해야 한다는 점만은 불변의 사실인 것 같아요.

독일 역사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것. 

저자의 의도대로 비스마르크의 빛과 그림자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지금이야말로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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