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
김혜진 지음 / 원더박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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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모르니까 싫다는 건 나빠요. 

적어도 모르면 알아보는 노력을 해야지, 그냥 싫다는 건 차별이자 폭력이에요.

근래 영화 <미나리>가 국제상을 휩쓸리면서 이슈가 되고 있어요.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이에요.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문제는 심각해요.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범죄가 극성이라고 하네요.

저 역시 인종차별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제주도 예멘 난민들이 이슈가 되었을 때 한국사회에 숨어있던 차별과 혐오의 민낯을 보았어요.

전쟁의 비극을 겪어본 우리나라에서 내전을 피해 입국한 난민들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굴다니... 근거 없는 소문들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더 문제였던 것 같아요.

사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민들에 대해 모를 뿐이지, 그 어떤 나쁜 감정도 가질 이유가 없어요. 오히려 중동 지역의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는 세계적인 위기로 여기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척 외면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거죠.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는 어느 수줍은 국어 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우연히 시리아에서 온 와합과 친구가 되면서 난민, 차별, 인권 문제, 세계 시민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부끄러움이 많아서 직접 이야기할 수 없어서,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대요. 난민이나 이주민과 함께 사는 삶은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라 이 책이 끌렸나봐요.

이 책 안에는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와합이 직접 소개하는 시리아를 만날 수 있어요. 실제로 아랍인 시리아인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압둘와합 덕분에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원래 압둘와합은 전액 장학금이 보장된 프랑스 유학을 갈 예정이었는데 국교도 수립되지 않은 한국 유학을 선택했고, 2009년 한국에 온 시리아인 유학생 1호가 되었어요. 

2011년 시리아 민주화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전쟁과 학살이 일어났고, 그 해에 귀국하려던 와합은 아버지로부터 절대 시리아로 돌아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알고보니 해외 유학생들이 시리아로 돌아와 민주화 시위를 하려던 계획이 노출되면서 와합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거예요. 내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올해로 벌써 10년이 흘렀어요. 그동안 와합은 2012년 후반부터 시리아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시작했고, 사피윳딧 형님과 같이 '헬프시리아'라는 NGO 단체를 설립했어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난민이 된 시리아인들...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난민이 된 와합의 가족 이야기는 몹시 마음이 아팠어요. 와합의 남동생 칼릴이 목숨을 걸고 터키로 탈출할 때에 끝까지 챙겼던 건 어머니가 형에게 주라고 했던 올리브유라고 해요. 그 귀한 올리브유를 와합은 저자에게 나누어줬대요. 고마운 친구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고.

안타까웠던 건 와합이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정작 자신의 가족을 돕는 일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거예요. 다행히 뜻밖의 천사가 등장하면서 와합의 가족이 무사히 탈출한 부분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네요. 어느 순간 압둘와합의 이야기는 낯선 시리아인이 아닌 친구의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차별이니 편견이니 그 따위 나쁜 것들은 싹 없앨 수 있을 거예요. 난민과 우리는 똑같은 인간으로서 존엄이 보장되어야 할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친구 압둘와합 덕분에 소중한 가치를 배웠네요.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책 소개 유튜브 영상

저자 김혜진님과 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의 인터뷰를 볼 수 있어요.

https://youtu.be/uwVioh9N7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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