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여행 - 은유와 상상으로 그려낸 신화의 세계 인문여행 시리즈 15
허경희 지음 / 인문산책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신화 여행>은 그리스 신화를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에요.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신화의 강을 건너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신화의 강을 건넌 이야말로 철학과 역사의 시대를 넘어와 비로소 이상 세계를 꿈꾸게 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서구 문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 특히 신화는 서구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소재였고, 이 책에도 다수의 작품들이 실려 있어서 신화 이야기와 함께 명작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네요.


저자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별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어요.

신들의 탄생 이야기에서는 태초의 카오스에서 어떻게 신들이 탄생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요.

기원전 8세기에 헤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 Theogony》에 따르면, 태초에는 오직 카오스만 있었어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배우자 없이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았고, 그를 남편 삼아 하늘과 땅의 결합을 이루면서 오케아노스(대양), 코이오스(총명), 크리오스(성좌), 히페리온(광명), 이아페토스(힘), 크로노스(농경)라는 6명의 남신과 테이아(창공), 레아(풍요), 테미스(율법), 므네모시네(기억), 포이베(신탁), 테티스(맑은 물)라는 6명의 여신이 탄생했고, 이들이 바로 올림포스 신 이전의 티탄 신족 12신이에요. 

우라노스 신은 자신의 아이들 중 한 명이 자신의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대지의 깊은 곳(자궁)에 자신의 아이들을 모두 가뒀어요. 그러나 티탄 신족의 12신 막내인 크로노스(농경의 신)가 가장 힘이 세서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거세한 후 우주의 지배자인 최고신이 되었어요. 크로노스가 누이인 레아(대지의 여신)와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이 하데스(지하세계의 신), 포세이돈(바다의 신), 헤라(가정의 여신, 훗날 제우스의 아내), 헤스티아(화덕의 여신), 데메테르(대지의 여신)였어요.

우라노스는 자신 역시 아들에 의해 제거될 거라는 예언을 듣고는 불안감에 자식들을 집어삼켰어요. 어느 날 레아는 여섯째를 임신했는데, 이 아이도 잡아먹힐까봐 두려워 크레타 섬(제우스의 고향)에 있는 산꼭대기에서 몰래 아이를 낳아 숨겨 놓았어요. 그 아이가 바로 제우스(천둥 번개의 신)예요. 레아는 제우스 대신 강보에 돌을 넣어 남편 크로노스를 속였어요. 

대지의 요정들이 염소의 우유를 먹여 제우스를 돌봐주었고, 성장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찾아가 그에게 와인과 겨자를 섞어 마시는 비법을 가르쳐주었어요. 그로 인해 크로노스가 토하자 위장 속에 있던 제우스의 형제들과 누이들이 완전히 성장하여 크로노스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이때 함께 튀어나온 돌이 신탁의 돌로 델포이 신탁의 기원이 되었어요. 이 사건으로 제우스를 리더로 한 신들과 티탄 신족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일어났어요. 거대한 전투 티타노마키아가 10년 동안 지속되었고 마침내 제우스가 승리하면서 전 세계의 통치자가 되었어요. 

크로노스의 몰락 후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은 각각 통치할 세상을 차지했어요. 제우스는 하늘의 지배자가 되었고, 포세이돈은 바다의 지배자, 하데스는 지하세계의 지배자가 되었어요. 대지에 법령이 선포되었고, 올림포스는 세 명의 신에 의해 공유되었어요. 그 중 가장 힘이 센 제우스가 하늘의 신으로서 특혜를 누렸어요. 제우스는 여신이든 요정이든 인간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매혹을 느끼는 대상과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 새로운 신들과 여신들이 탄생했어요.

질투와 욕망으로 가득 찬 신들의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신의 형상을 한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이 보이네요. 그래서 종교적인 의미의 완전한 '신'의 개념보다는 철학적 탐구 대상인 인간의 정신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복잡미묘한 정신 세계가 다양한 신들의 모습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신화의 내용이 예술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놀라운 감동이 전해져요. 책속에는 작품마다 간략한 설명까지 나와 있어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 같아요.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아리아드네예요. 

아리아드네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적군의 남자 테세우스를 도와 낙소스 섬까지 왔으나 버려졌어요. 왜냐하면 테세우스의 꿈에서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아리아드네가 자신의 신부가 될 운명이므로 그녀를 섬에 남겨두고 떠나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영원한 사랑과 정절을 맹세했던 테세우스는 신의 뜻을 받들면서 아리아드네를 버렸어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건 여인에게 남은 건 슬픔과 절망뿐이에요. 이후 디오니소스 신이 낙소스에 버려진 그녀를 찾아와 신부로 맞이했고, 그들은 낙소스 섬에 함께 살면서 세 명의 아들을 두었어요. 

아리아드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수많은 화가들의 영감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었어요. 책속에 아리아드네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들을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감상하는 묘미가 있어요. 화가들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렸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아리아드네> 그림을 보면 저 멀리 바다 위에 테세우스의 배가 떠나가는데 아리아드네는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이에요. 브리슨 버로우스의 <아리아드네의 위로> 그림에는 깊은 슬픔에 빠진 듯 검은 가운을 걸친 아리아드네를 디오니소스 신이 바라보고 있어요. 티치아노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그림에서는 낙소스 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를 발견하는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이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동작으로 그려져 있어요. 안니발레 카라치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영광>은 디오니소스 신과 아리아드네의 성대한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스 요한 로템한메르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결혼식>도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축제로 표현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통해 본 그리스 신화는 마치 모든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꿈 이야기 같았어요. 인간의 불행이 타고난 비극적 운명인지는 몰라도, 그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위대한 비극이 주는 깨달음 혹은 영감이야말로 인간을 더욱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