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는 길 1 친정 가는 길 1
정용연 지음 / 비아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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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가는 길>은 정용연 작가님의 역사만화예요.

역사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면 당연히 대중들이 알 만한 위인이 등장할 거라 짐작했겠지만 이 책은 달라요.

어느 양반가에 시집 온 두 여인이 주인공이에요.

조선 시대 여인들의 이야기가 왜 우리에게 필요한가,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차별과 소외의 역사, 여전히 바뀌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성차별이냐고 말하겠지만 말뿐이지 현실의 변화는 너무도 더딘 것 같아요.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떤 여성 연예인이 SNS에 이 책을 언급했다가 악플에 시달렸어요.

영화는 만들어지기도 전에 별점 테러가 시작되었고 영화 제작을 막아달라는 황당한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어요.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고나자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놀라웠어요. 완전 내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이들이 다수였고 대부분 눈물을 흘렸어요.

평범한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근래에는 웹툰 <며느라기>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어요. 신혼부부가 겪는 좌충우돌 시월드 이야기라는데,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요즘 시대의 며느리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며느리의 입장에서 본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에요. 


자, 2020년의 며느리와 조선 시대의 며느리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친정 가는 길>은 시대를 넘어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역사 이래 수많은 여성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에 맞서 싸웠고, 그런 당찬 여성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해요.

그리하여 탄생한 인물이 바로 송심과 숙영이에요. 

서로 다른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1권에서 그려내고 있어요.


"시집간 여인이 일 년 중 하루 말미를 얻어 

시집과 친정 중간 어드메 경치 좋은 곳에서 

친정 엄마를 만나니

이를 '반보기'라 한다."  (7p)


송심은 어렵사리 친정 방문을 하게 되고, 오랜만에 여유를 누리다가 불편한 장면을 보게 됐어요.

그건 자신 때문에 모실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 바빠진 올케의 모습이었어요.

올케는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남동생은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모습이었어요. 단지 남자란 이유로.

처음엔 불편했던 마음이 서서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자각에 이르고, 송심은 올케가 아닌 숙영으로서 그녀를 바라보게 되는데.

각자 두 여인의 이야기는 1권 후반부에서 돌연 방향을 틀어 시대적 격랑을 예고하네요.


"우리가 여기 서북으로 오게 된 것이 운명이듯

봉기군에 가담하는 것도 운명이지요."

...

"모 아니면 도.

피해갈 수 없다면 부딪쳐야지요."  (229p)


조선의 변방 서북에서 차별을 참다못한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고 숙영은 그 운명에 맞서 싸우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미 역사의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그들이 직접 마주했던 운명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재연되고 있어요.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이야기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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