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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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 년 전이었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각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여행은... 아, 진작에 많이 다녀 놓을 걸, 이라는 후회를 만드는 단어가 되었네요.

이 책의 저자는 휴가를 늘 타국에서 보낼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탐험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랬던 저자가 어떻게 집에 머물기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걸까요.


"아예 휴가 없이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별 이유나 생각 없이 비행기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정말로 여행이 필요한지, 기후 친화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지를 

좀 더 곰곰이 따져 보기로 한 것이다."  (14p)


저도 근래에 알게 되었어요. 비행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때문이라서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저자는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여행을 할 때는 아기도 데려가기로 했대요. 렌트카를 타고 포르투갈의 해안가를 따라 예쁜 오두막집으로 여름 휴가를 갔는데... 포르투갈은 훌륭했고 알렌테주는 아름다운 장소였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린 여행이었대요. 오두막 내부는 형편 없었고, 시내와 동떨어진 곳이라 식자재를 사와 매 끼니를 만들어 먹느라 힘들었고, 아기가 잠에서 깰까봐 조심하느라 진이 빠졌던 거죠. 두 사람이 저기압이었던 건 수면 부족 탓도, 지치게 하는 아기 탓도 아니었어요. 이미 베를린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휴가 중이라고 해서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순히 장소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두 사람은 이 여행에서 무엇을 소망했던 걸까요.

중요한 건 그들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었고 어디로 도망가더라도 그 사실은 그대로라는 거예요.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삶 전체가 변했으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 겨울 파카를 벗어 던지듯 가볍게 떨쳐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대요.


"해외여행을 가야만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여행 가방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 머나먼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만을 갈망할까?

그냥 집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25p)


집에 머문다는 건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성장 논리에 대한 의식적 저항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저항을 실천하기 위해 집안에서 보내는 최적의 시간은 14일 정도라고.

이 책은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담고 있어요. 육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의 삶에서 '여행'이라는 의미만 가져오면 돼요. 그러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갇혀 있는 답답함에서 편안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어요. 집 안을 멋진 여행의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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