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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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마음까지 서늘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박지웅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시'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에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고 하네요.

저자에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는 삶의 따뜻한 언어이므로, 이 책이 모두에게 그러한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인지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시인의 시보다 시인이 쓴 산문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처럼, 되도록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랄까.

왜냐하면 저는 시가 가끔 암호처럼 느껴져서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약간 짝사랑 감정이랑 비슷해요.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 그런데 산문은, 특히 시인이 쓴 산문은 친절하게 모든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좋은 거예요.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마 평범한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다만 과거의 아픔들은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누군가의 아픔과 외로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마음가짐 덕분에 살아온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안심이 되었어요. 폴 발레리는 시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썼지만 시인은 타향에서 이렇게 썼다고 해요. "부산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문득 나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어요.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서, 살아야겠다고.

2020년 11월, 한 해가 저물어가는데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보다 지켜낸 것들에 감사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고나니, 시인의 이야기가 꽤 힘이 되었다는 걸 느꼈어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답장을 써야겠어요. 조용히 마음으로. 언젠가는 그 마음이 시로 쓰여질 날이 오겠지요.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다. 

몸 산책이 어렵다면, 마음 산책을 하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밤하늘에서 별 하나를 찾아보는 것, 

아침 향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봄날 넓어진 나뭇잎을 가만히 매만져보는 것, 

울퉁불퉁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리운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 모두가 마음 산책이다. 

또 사랑한다는 말이 들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쓰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책인가. 

그것들이 모여 무성한 마음의 숲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 숲길에서 넉넉해질 수 있으리라."  (14p)


내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가 삶의 바닥과 곁이듯, 

저마다 삶과 꿈을 지지하고 지탱하는 곁과 바닥은 다르다.

곁과 바닥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멀어졌을 뿐이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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