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 기억하는 인간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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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인간>은 EBS 지식채널e 에서 방송된 내용을 새롭게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기억'입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날 수 있으며, 그 기록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책의 구성은 존재의 기록, 선택의 기록, 희망의 기록, 우리의 기록이라는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잠시 멈췄습니다.

"기억할 준비가 되셨나요?"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 목적지인 제주에서 2015년 4월 16일, 한 시민이 시작한 '기억 공간 re:born'. (8p)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 기억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쓴 편지도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생존자의 의무는 기억하는 것이므로, 증언으로써 악몽 같은 현실을 맞섰다고 합니다. 기억하는 내내 아우슈비츠의 폭력과 고통이 되살아났지만 당연한 분노와 증오조차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은 채 초지일관 품위로 일관했고, 가장 믿을만한 홀로코스트의 증언가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젊은이들이 팔에 새겨진 문신이 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174517'

이 숫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감번호였습니다. 또한 프리모 레비의 묘비에 새겨진 마지막 증언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20p)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이 지닌 의미.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불행한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 일어난 대중 시위와 쟁투... 오랜 세월 묻혀 있어야 했던 '4·3'이라는 민주항쟁이 2000년에 이르러 공식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2003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임을 정부가 인정하면서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고,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제정했습니다. 분명한 진상조사와 진실 규명으로 밝혀내야 할 역사는 아직도 많습니다.

공식적인 기록들이 우리의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라면 개인의 기록들은 삶의 의미를 남기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책속에 소개된 사고 현장을 그리는 소방관이나 할머니의 치매를 기록하는 손자의 카메라는 개인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기록을 공유한다는 건 의사소통의 과정이자 공존의 행위라는 것.

처음엔 비극적인 기록에 마음이 아팠는데, 그 아픔에서 머무르지 않고 치유하며 변화하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삶을 특별하게,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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