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치과로 소풍 가는 남자 - 글로벌 CEO들이 선택한 치과의사 유원희의 덴탈 에세이
유원희 지음 / 헬스조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나요?

아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일'을 생각할 때 어떤 기분인지, 그걸로 답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치과의사예요. 매일 일하러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것 같다고 하네요.

저한테는 치과라는 곳이 늘 아팠던 기억만 있어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곳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자는 미국에서 치과 병원을 7년간 운영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1997년 대한민국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요.

미국 치과의사 면허가 있다고 해도 한국에서 치과 병원을 운영하려면 새로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을 치뤄야 한대요. 처음에는 곧바로 개원하지 않고 대형 병원에 페이 닥터로 1년간 근무하면서 한국 치과의 분위기를 많이 익혔다고 해요. 이때 한국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치과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미국과 너무 많은 차이가 있어 혼란스러웠대요. 우선 하루에 너무 많은 환자를 상대하느라 힘들었다고. 미국에서는 진료 수가 자체가 굉장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하루에 15명 정도의 환자만 진료에도 병원 운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한국의 치과는 최대한 빨리, 좀더 많은 환자를 봐야 병원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환자와의 충분한 소통이 불가능했다고 해요.

다들 경험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규모가 큰 치과 병원인 경우에 진료 의자에 누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 마치 공장처럼 나란히 누운 환자들을 치과 의사가 기계적으로 후다닥 진료하는 거죠. 뭔가 궁금한 사항이 있어도 간호사를 통해 전달해야 겨우 확인할 수 있어서 답답했던 경험.

저자는 1년 뒤 개원하고 나서야 미국에서 운영하던 방식 그대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었대요. 최대한 여유롭게 예약을 받아서,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치료받을 있도록 소통하고 배려했더니 점차 입소문이 나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갔다고 해요. 미국에는 주치의, 패밀리 닥터, 홈닥터 개념이 존재하는데, 저자의 치과 병원도 3대가 함께 찾는 가족이 유독 많대요. 한국에 돌아와 치과를 개원한지 어느덧 23년이 흘렀고, 이제는 그 세월을 함께 하는 단골 환자들이 생겼대요. 놀라운 건 미국에서 치료받았던 환자들 중에 한국에 되돌아온 경우는 다시 저자를 찾아와 진료를 받는 30년 지기 환자들이 있다는 거예요.

지난 30년간 단 한 건의 의료 사고나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건 바로 환자와의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단순히 환자와 주치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위로가 되는 사이로 교류할 정도라고 하니, 그의 말처럼 그들은 환자가 아니라 친구 같은 관계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어요.


"치과는 이가 아파야 간다는 상식을 벗어나야 한다."  (160p)


저자가 안타까운 것은 환자들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게 되면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만큼 치과 치료는 적절한 시기와 예방이 가장 중요해요. '치과는 이가 아파야 간다'는 상식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치아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치과에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경우는 치과의 첫경험이 지독한 고통이었기 때문에 치과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칠 정도로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아파야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에요. 치과 진료가 아플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예민해지고, 충분한 소통을 하는 치과 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답답했던 것 같아요. 

치과는 대부분 평생을 다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익숙한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의사의 손길도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음, 여기서 살짝 마음이 걸렸어요. 동네 치과는 많지만 아직까지 믿고 의지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거든요. 


"6개월에 한 번, 치아도 대청소가 필요하다." (156p)


스케일링은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하면 되고, 치면세균막이나 치석이 많이 생기는 사람은 3개월 주기로 하면 된다고 해요. 평소에 칫솔질이 잘 되고 구강 위생 상태가 좋은 사람은 일 년마다 해도 된대요. 스케일링은 이를 깍아내는 게 아니라 더러운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라서 거의 모든 치과 질환의 예방주사와도 같다고 해요. 

중요한 건 치과는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이에요. 치과 정기 검진과 스케일링으로 누구나 치아 건강을 관리할 수 있고, 치과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해요. 치아 건강을 위한 비결은 매우 간단한 것 같아요, 생각만 바꾼다면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치과 치료를 받을 때 몸에 힘을 빼야 하듯이, 우리 인생도 힘을 빼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몸도 마음도, 삶도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을 하다 보면 한결 부드러운 인생이 될 수 있다고... 끄덕끄덕... 알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