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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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은 여전히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어요. 아니, 오히려 왜곡하고 있어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다른 길을 걸어왔어요. 독일은 과거 나치 독일의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배상했어요. 그 대표적인 예로 1970년 빌리 브란트 옛 서독 총리가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끓으며 애도를 표했어요. 진심어린 반성으로 독일의 위상은 더 높아졌어요.

반면 일본은 사죄는커녕 역사를 왜곡하며 추악한 짓을 멈추지 않고 있어요. 최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당국의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몰리자, 베를린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최소한의 항거였는데, 이렇듯 오랫동안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았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어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국가 여성들은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했고, 이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한 그들이 저지른 과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라고 믿고 있어요.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네빌 슈트의 장편소설이에요.

1899년 런던 일링에서 태어난 네빌 슈트는 항공업계 엔지니어로 비행기 개발 일을 했다고 해요.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에 합류해 비밀 무기 개발을 했대요. 전쟁 뒤에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호주에 정착해 평생 살았대요. 이 소설에 영감을 준 주인공은 1949년 수마트라 팔렘방에 살았던 게이젤 부인이에요.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당시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스물두 살의 새댁이었고, 6개월 된 아이가 있었대요. 게이젤 부인은 그 아기를 안고 2,000킬로 가까이 걸었고, 자신의 아들을 지켜냈다고 해요. 저자는 자신이 만났던 가장 용감한 여인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아마 이 소설을 읽고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8년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돼요.

주인공 진 패닛은 런던에서 속기사로 일하고 있어요. 어느 날 변호사가 찾아와 그녀도 기억 못하는 외삼촌이 엄청난 유산을 물려줬다고 알려줘요. 다만 그녀가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만 신탁에서 발생한 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요. 그녀는 유산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전쟁 당시에 머물렀던 말레이 마을로 돌아가서 우물을 지어주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말레이 현지에서 우물 공사를 하다가 인부에게 전쟁 중에 있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돼요.

그 모든 과정이 놀라워요. 

처음엔 제목의 의미를 제멋대로 추측했는데, 곧 알게 됐어요. 다 읽고나니 이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앞서가고 있어요. 댐은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

"곧 지어질 거예요."

...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 다 이렇게 잘 된다면 당신은 곧 앨리스 스프링스 같은 도시를 갖게 될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요."   (249-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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