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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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섬뜩한 상상을 했다면 NO!

저자 모리구치 미쓰루는 15년간 생물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해요. 현재는 오키나와 대학 인문학부 교수님이래요.

요즘 아이들은 개와 고양이 같이 익숙한 반려동물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곤충은 끔찍히도 싫어해요. 숲으로 캠핑을 가도 즐거워하기는커녕 벌레 때문에 난리가 나는 걸 보면.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도 신기한 생물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반면 모리구치 선생님은 자신이 사체를 줍는 이유를 들려줌으로써 생물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어요.

중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곤충을 싫어하는지 알게 됐다고 해요. 바퀴벌레는 가장 미움받는 생물이라, 수업시간에 바퀴에 관한 책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해요. 거대한 아마존의 바퀴를 보며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서로 먼저 보려고 모여들었대요. 기분 나쁜 것을 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작용했나봐요. 일본에는 52종류의 바퀴가 살고 있대요. 52종류의 바퀴 가운데 집 안에 들어와 살면서 피해를 주는 건 먹바퀴, 집바퀴, 이질바퀴 등 열 종류뿐이래요. 나머지는 바깥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죠. 실내에 살고 있는 소수의 바퀴가 바퀴의 이미지를 다 만든 거예요. 지저분하다, 징그럽다, 더럽다 등의 인상이 바퀴의 이미지를 한층 더 나쁘게 만들었어요. 바퀴는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더 유명해진 생물인 거죠. 저자는 원래 미움받는 생물을 좋아하는 조금 이상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바퀴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물 중 하나래요. 일단 관심을 가지면 점점 좋아지게 되고, 여행을 가서 처음 보는 바퀴가 나타나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다네요. ㅋㅋㅋ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네요.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어요. 관심과 재미.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그 대상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러나 관심을 가지면 그 대상을 좋아하게 되고, 점점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되는 거에요. 저자처럼.

9년 동안 학생들이 저자에게 곤충을 가져온 것은 모두 세 번이었대요. 그 중 첫 번째는 "이거 무슨 곤충이에요?"라고 물었고, 두 번째로 바구미를 가져온 아이도 처음엔 똑같은 질문을 했대요. 다만 "이 곤충 귀여운데요. 키워 보고 싶어요."라고 말해서 놀랐대요. 왜냐하면 저자는 바구미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세 번째는혹바구미를 가져왔는데, 이때 처음으로 혹바구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대요. 흑바구미를 가져온 아이는 바구미의 날개가 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억지로 날개를 펴보니 뒷날개가 퇴화했더래요. 곤충도감에도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을 발견한 거예요. 우연이었지만 이날 흑바구미와 애둥근혹바구미라는 두 종류의 날지 못하는 바구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 꽤 기뻤대요. 작은 호기심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기쁨을 누린 거죠.

사체의 경우도 처음부터 만질 수 있었던 건 아니래요. 처음에는 사체의 그림을 그렸고,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는 해부를 해 보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거래요. 사체를 주운 장소는 모두 여행지였대요. 여행지에서 그 땅의 생물을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체 줍기래요. 처음 가는 곳에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생물이 살기 적절한지 알고 싶을 때는 길가의 사체가 자연의 안내자가 되어 준대요. 사체 줍기를 통해 여행이 두 배 즐거워진대요. 낯선 땅에서 진귀한 생물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정말 즐겁고 재미난 인생을 살고 있구나 싶네요.

저자는 생물을 재미있어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해요. 이 세상은 이상하고 신기한 생물들로 가득 차 있고, 그 생물 하나하나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비교해 보는 것이 즐겁대요. 가지각색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물학에서는 다양성이라는 말로 표현해요. 어떤 한 가지 일을 하는데도 사람마다 방법이 모두 다를 때, 그 다양성을 확인한다고 해요.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이라는 건 숫자의 평균을 모방한 것일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이 숫자는 아니니까요. 누구든 알고보면 모두 나름대로 이상한 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생물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알겠어요. 저자가 왜 사람들이 관심 없는 곤충, 사람들이 싫어하는 곤충을 흥미로워하는지 말이에요.

무조건 곤충을 싫어하며 피하기 전에, 한 번쯤 제대로 곤충을 관찰해보면 어떨까요. 저 역시 곤충뿐 아니라 생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겼어요. 자연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사체는 기분 나쁘다, 곤충은 징그럽다, 사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하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하다......

과연 그럴까?

기분 나쁜 것 안에도 흥미로운 무엇이 들어 있다. 이상한 사람이라서 재미있는 것이다. 그 같은 재미를 그냥 흘려버린다면 아까운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사체를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학생들과의 관계였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더 열심히 사체를 주울 생각이다.   (241-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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