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 - 신화부터 설화, 영웅 서사시까지 이야기로 읽는 인도
황천춘 지음, 정주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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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

누군가 되묻더군요. 인도에도 신화가 있냐고.

저 역시 잊고 있었어요. 인도가 4대 문명국 중 하나라는 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도신화와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것이야말로 찬란했던 고대 문명의 보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신화와 전설은 시대의 사상을 품고 있어요. 베다(Veda), 불교와 자이나교, 힌두교 등 수많은 종교와 사상의 발상지 인도에는 인도인의 숫자보다 더 많은 수의 신이 살고 있다고 해요. 인도인이 하는 말처럼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인도신화 속에서 최고의 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이야기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 거예요.


"태초의 세상은 그저 캄캄한 어둠이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고 인식할 수도 없는, 한없이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영혼이 나타났다. 그는 어둠을 몰아내고 우주가 모습을 드러내게 하였다.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느낄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브라흐마는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17p)


브라흐마는 우주의 왕인 범천으로서 황금알 속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브라흐마는 황금알을 둘로 나눠 반쪽은 하늘을 만들고, 나머지 반쪽은 땅을 만들었어요.

천지창조의 장면이 성경과 흡사하죠? 이럴 때 보면 인간의 언어는 최소한의 표현을 담을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아요.  

우주가 만들어졌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외롭고 쓸쓸해서, 여섯 명의 아들이자 위대한 조물주 여섯 명을 낳았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영혼이 스스로 외롭고 쓸쓸하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부분이에요. 신의 감정이라기엔 너무 인간적이지 않나요. 

첫째 마리치는 브라흐마의 영혼에서 태어났고, 둘째 아트리는 브라흐마의 눈, 셋째 앙기라스는 브라흐마의 입술, 넷째 풀라스티야는 브라흐마의 오른쪽 귀, 다섯째 플라하는 브라흐마의 왼쪽 귀, 여섯째 크라투는 브라흐마의 콧구멍에서 태어났대요. 또 오른손 엄지손가락에서 일곱 번째 아들인 다크샤를 낳고 왼발 엄지발가락에서 밤이라는 뜻의 딸 비라니를 낳았대요. 훗날 다크샤와 비라니는 부부가 되어 딸 50명을 낳았대요. 다크샤의 첫째 딸 디티와 둘째 딸 다누가 낳은 아들들을 아수라라고 불렀대요. 이들은 아디티의 아들들, 데바들과 우주의 지배권을 두고 팽팽히 맞서며 끊임없이 싸웠어요.

인도의 신화와 전설에 따르면 세상은 사트야 유가부터 칼리 유가까지 네 개의 시기를 거치는데 뒤로 갈수록 타락해요. 현재 사람들은 암흑의 시대인 칼리 유가에 살고 있고, 네 유가가 끝나면 곧 1겁인 셈이며, 세상은 멸망한 다음에 다시 창조된대요. 이 세상은 지금까지 일곱 번의 윤회를 거쳤다고 전해져요. 우주의 최고 주재자는 마치 놀이처럼 세상을 창조하고 멸망시키며 끊임없이 우주를 윤회시켰대요. 인도인은 지금도 여전히 영혼이 카르마(Karma, 전세의 행위로 인한 운명)에 따라 환생한다고 믿고 있어요. 

인도의 카스트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이 네 가지로 나뉘는데, 신분 계급제를 뜻해요. 브라만은 사제로 처음에 지식을 독점하는 계층이자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자들이고, 크샤트리아는 무사 계급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전쟁을 치르는 역할이며, 바이샤는 농업, 상업, 축산업 등의 노동 계층이자 인도 사회의 서민에 해당해요. 수드라는 최하위 계층으로 대개 사람들이 꺼리는 육체노동에 종사해요. 이밖에 불가촉천민인 달리트가 있는데, 이들은 지위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가장 비천한 직업에 종사하며 도시와 농장 밖으로 내쫓겨 살아가요.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인도의 카스트는 종교와 결합하여 21세기 민주 사회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근래 해외뉴스에서 인도 달리트 계급의 19세 소녀가 상위 계급 남성에게 잔혹하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어요. 현재 인도는 카스트 차별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에요. 

인도신화에서 락샤사는 대표적인 사악한 세력이에요. 아수라와는 달리 락샤사는 천계의 데바들뿐 아니라 인간들도 공격해요. 락샤사의 왕, 라바나는 수차례 전투를 벌여 데바들을 자신의 노예로 삼았어요. 라바나는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를 비롯한 모든 데바에게 자신의 궁에서 비천한 잡일을 시켰어요. 데바들은 간신히 노역에서 벗어났으나 곧바로 라바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대신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를 통해 라바나를 벌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인도신화가 끔찍하고 추악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아름답고 감동적인 붓다의 이야기와 라마의 모험기, 영웅 서사시도 있어요. 그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요. 종교와 사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 책은 우리에게 더 많은 질문과 답을 찾도록 이끄는 게 아닌가 싶네요.


"바람보다 빠른 것은 무엇이냐?"

"생각이다."

 (4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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