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하는 마음 - 제7회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전우진 지음 / 마카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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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을 읽은 소감부터 말하고 싶어요. 

한 마디로  "내 마음을 관통하는 이야기"였다는 거예요.

솔직히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남편 퇴직금으로 안성에서 편의점을 차린 쉰세 살의 정숙 씨.

너무나 평범한 캐릭터라서 정숙 씨의 나른한 오후처럼 일상의 이야기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 정숙 씨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흥미진진했어요. 자신의 손바닥을 뾰족한 뭔가로 관통시키면 15분 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왜 겨우 15분일까요. 그 이유는 몰라요. 어쩌면 15분이라서, 그 능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과거를 완전하게 뒤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는 15분. 문제는 그 능력을 쓰게 되면 실제로 엄청난 통증을 겪게 된다는 거예요. 15분 뒤 과거로 돌아갔을 때는 손바닥을 관통했던 상처는 사라지지만 통증은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두 번 이상 찌르면 혼절할 수도 있다는 것. 

정숙 씨의 능력이 희한한 건 그녀의 외동딸 주영 씨에게 동일한 통증이 전달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숙 씨는 딸에게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웬만해서는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스물한 살 청년 성재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음, 잔잔했던 정숙 씨의 마음이 성재를 처음 본 순간 찌리릿 관통했어요. 이런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성재라는 청년의 외모가 아이돌 뺨칠 정도로 잘생긴 데다가 여리여리한 느낌이랄까. 지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 외모였다는 거죠. 멋진 연예인을 실물로 봤을 때의 느낌과 첫눈에 반한 느낌이 합쳐진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머리털이 빠지고 배가 나오는 남편 근배 씨를 보며 아무 감흥 없던 정숙 씨에게 성재는 봄바람 같은 존재였던 거예요. 

과연 정숙 씨는 성재로 인해 관통한 마음을 어디까지 끌고 갈까요?


정숙 씨에게는 남편 근배 씨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스물네 살 딸 주영 씨가 있어요. 

편의점 옆에는 동네 나팔수 역할을 하는 미용실 원장 세라 씨와 그녀의 딸 하선이 있어요. 매일 편의점에 들르는 안성 FC 유소년 축구교실 고 대표라는 남자도 있어요.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하는 우진 씨가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볼 때 정숙 씨는 좀 둔하고, 거짓말하면 다 티나는 해맑은 아줌마인데, 성재와의 감정 때문에 비밀이 생겼으니... 정말이지, 정숙 씨 혼자만 몰랐을 뿐이지 누가봐도 수상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조마조마한 정숙 씨의 일탈을 보면서, 한숨과 함께 피식 웃음이 났어요.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히어로는 굉장히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현실 히어로는 정숙 씨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성재에게 반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손바닥을 관통시킨 건 무모했지만 그 전에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은 멋졌어요. 잘한 건 잘한 거니까.

중요한 건 정숙 씨가 착한 마음의 소유자라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옳은 행동을 했다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란 가끔은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관통하는 마음은 정숙 씨를 통해서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전우진 작가님의 <관통하는 마음>은 독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소설이에요. 아마 책을 읽다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반응이 나올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논스톱으로 읽게 되는,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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