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 외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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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는 벨기에 정신분석학자가 쓴 책이에요.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권위의 부재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기존의 가부장적 권위는 사라졌으며, 그것에서 생겨난 수많은 관습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도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전통적인 권위가 이미 기본적인 인간 관계 속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욱 자명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른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요. 동시에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진행 중인데 근본적으로 다른 두 반응이 나타나고 있어요.

첫 번째 반응은 과거의 권위 모델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이는 옛 권위가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권위 없는 권력, 즉 복종이 강요된 권력이 경제, 정치, 교육, 심지어 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하면서 도리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어요.

두 번째 반응은 새로운 권위를 약속하는 것인데, 여기서 새롭다는 건 기존의 가부장제와 다른 근거와 작동 방식을 의미해요. 저자는 이 새로운 권위가 분명히 기존 질서에 대한 급진적인 역전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새로운 권위는 단 하나의 고결한 기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집단적인 토대 위에 세워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이 책은 새로운 권위가 무엇이며,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권위와 권력이 다르다는 것부터 알아야 해요. 그 차이를 알아야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전통적인 권위는 가부장적 권위와 같은 말이었어요. 둘 다 하향식이며 남성의 전유물이었어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어요. 권위의 구조적으로 개인의 외부에서 와야 하며 대다수가 인정해야 해요. 권위를 행사하는 주체가 누구이든, 또는 무엇이든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그 권위는 제거되어 다른 사람에게 넘겨져요. 즉 대다수가 권위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면, 권위의 근거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권위는 무너지는 거예요. 이를 기점으로 전에는 정당화된 폭력이었던 것이 순수 폭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고, 곳곳에서 폭력과 강제적 복종이 일어나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반란이 일어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어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권위가 등장해 사후적으로 최초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반란이라 불렸던 것이 이제는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 불리는 거죠. 

우리는 이미 한 시대의 종말을 겪고 있다는 것. 가부장적 권위의 시대가 사라지고 있어요. 권위의 실종에 따른 가장 뚜렷한 결과 중 하나가 이른바 '규제 설사병'이라고 해요. 권위가 부족해지면 규칙과 통제 체계가 넘쳐나게 되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규칙이 생겨났다는 거예요. 그러나 과잉 규제는 전통적인 권위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실패할 거라고 이야기해요. 그 이유는 외부에서 보증해줘야 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거예요. 강제가 저항과 반발을 일으키면 더 많은 규칙이 필요하고, 그것을 지키도록 더 많이 통제하면서 도돌이표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러므로 우리 시대는 큰 과제를 마주하고 있어요. 과거를 돌아가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권위를 어떻게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우리에게 밀접한 양육, 교육, 젠더와 섹슈얼리티, 경제와 정치 이야기를 통해 권위가 어떻게 작동되며, 권위의 실종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권위는 기술이나 제도가 아니에요. 이 권위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근거한 신념이며, 수평적 공동체에 기반을 둔 우리 정체성의 일부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수평적 본질을 지닌 이 권위의 핵심에는 개인의 자율성이 자리하며, 이 자율성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집단이 권위의 원천이 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요. 이 조건들은 여러 정치 개혁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해요.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권위의 형태는 수평적 권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우리가 할 일은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고, 어떤 세력이 이 변화를 막으려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라고. 낡은 권위는 버리고 새로운 권위를 찾아, 이제는 권위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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