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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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네 번째 이야기가 나왔어요.

와우, 놀랍게도 여기 현실 세계에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나타났어요.

바로 제이콥이 살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집에 말이죠.

기가막힌 타이밍! 

제이콥의 부모님과 외삼촌들이 제이콥을 정신병원으로 끌고 가려던 찰나였거든요. 꼼짝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처지였던 제이콥를 구해준 거예요.

제이콥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거죠.

특별한 아이가 평범한 인생을 꿈꿨으니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할아버지 역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를 거부하다가 둘 다 잃어버리는 운명을 맞았던 거예요.

제이콥은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했어요. 그러나 아빠는 전혀 이해할 생각이 없었어요. 아빠는 제이콥이 할아버지와 똑같은, 그런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아빠의 선택은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이었어요. 

"여전히 전 아빠 아들이에요." (103p) 

제이콥의 이 말이,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했어요.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곁에 있어도 상처받은 제이콥의 마음을 다 치유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할아버지의 은신처에서 그동안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됐어요. 할로개스트가 찾아왔던 날 밤에 할아버지는 왜 은신처에 숨지 않았는지, 그랬다면 살 수 있었을텐데.

그건 제이콥이 할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올 거란 걸 아셨기 때문에, 제이콥을 보호하려고 할로우를 멀리 다른 곳으로 유인했던 거예요. 그때 할아버지는 제이콥에게 괴물이 오고 있으니 절대 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제이콥은 처음에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더 많은 비밀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할아버지가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고 해도 자신이 밀어냈을 수 있다는 걸. 

에이브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큰 충격을 받는 걸 봤기 때문에, 손자 제이콥에게도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거예요.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솔직히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지금 우리 집에 나타난다면 나 역시 기절하거나 정신이 살짝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꾸만 상상력이 고갈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환상의 세계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환상 속에서 공포를 느낄 때가 있어요. 현실감각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이콥의 부모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나봐요. 묘하게도 소설을 읽으면서 혼자 다큐멘터리 관점이 되었어요.

암튼 <시간의 지도>를 읽으면서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반추했다면 좀 이상한가요.

책 속에 <이상한 용어 사전>이 접힌 얇은 종이로 들어 있어요. 인간이건 동물이건,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축복받은, 혹은 저주받은 모든 숨겨진 종족들을 일컬어 '이상한 종족'이라고 해요. 고대에는 존경받았으나 현시대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박해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음지에서 살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상한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종족인 거예요. 혹시나 자신도 몰랐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한다면 페러그린의 초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워낙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서 현실과 환상이 너무나 헷갈리지만, <시간의 지도>가 재미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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