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메이킹 스토리 & 대본집
마진원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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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경우가 있어요.

이미 드라마는 끝났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드라마가 펼쳐지는...

OCN 드라마 <보이스> 시즌3 이 몇 달 전에 끝이 났어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남긴 채.

어떤 결말이었든, 드라마 종영은 여러모로 시청자들을 아쉽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치 그 아쉬움에 대한 보답인 듯, <보이스 메이킹 스토리 & 대본집>이 나왔어요.

<보이스> 시즌 전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보이스>의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에요.

시청자들은 정제된, 깔끔하게 편집된 결과물만 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지요.

어쩌면 드라마 메이킹 스토리가 더 극적인 것 같아요.

우리가 몰랐던 드라마 제작 현장과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근래 뉴스를 통해 연쇄살인을 비롯한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새삼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들이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범죄가 벌어지는 장면 연출이 단순히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극한의 현실묘사가 주는 경고였던 거죠.

무섭고 소름돋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자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라는 것.

최초 범죄 신고가 들어오는 112 신고센터.

<보이스>는 현장의 목소리와 범죄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좀더 현실적인 연출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시즌 2부터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었고, 그부분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줬고 시청률에서도 드러났죠. 또한 경찰 드라마 역사상 제작진 전체가 경찰청 공식 행사에 초청돼 경찰청장에게 감사패를 받은 건 <보이스>가 처음이었다고 해요.

이 책에는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님, 정신의학과 이명수 원장님, 김현아 변호사, 경찰청 이희목 경위, 정찬재 경감, 조민철 경위, 김승철 경위, 윤송아 화가님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요. 드라마 메이킹 스토리에서 배우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진짜로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애쓴 모든 사람들을 담아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대본을 집필한 마진원 작가님부터 이찬호 책임프로듀서, 김홍선 감독, 이승영 감독, 강승기 촬영감독, 권성호 조명감독, 이강현 미술감독, 선한샘 편집감독, 개미 음악감독, 박동진 소품팀장, 차지연 분장실장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요. 

당연히 시청자 입장에서는 배우들에게 더 관심이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달라진 것 같아요. <보이스>라는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의 마지막 장은 시즌 1 의 1화 / 2화 , 시즌 2 의 2화 / 3화 , 시즌 3 의 1화 대본이 실려 있어요. 드라마 대본을 보면 알겠지만 어떻게 이 글자들이 생명력 있는 드라마로 완성되었는지 감탄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떤 설명 없이도, 직접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책에 나오는 배우들의 사진과 인터뷰는 개인 소장용.

이 책이 가진 의미는 <보이스>가 한때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그치지 않고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놀라운 작품이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원래 드라마는 실제 현실에서 영감을 얻어 드라마적인 요소로 재구성된 픽션이라서 시청자들도 그 픽션이 주는 재미를 느끼기 마련이에요. 드라마의 재미는 일회성 내지 단발적인 흥미거리로 끝나기 마련이죠. 더군다나 범죄 수사 드라마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탓에 유쾌한 재미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내용에 몰입하면 할수록 조마조마 떨리면서 긴장감을 줘서 호불호가 갈리죠. 그런데 <보이스>는 뭔가 달랐던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보이스> 덕분에 112 신고센터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마진원 작가님이 이 드라마는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는데, 그 핵심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보이스>가 시즌제 장르물 대표 드라마로 다음 시즌도 이어가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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