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10년 치의 『 』을 전하고 싶어 - JM북스
아마노 아타루 지음, 구자용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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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이도. '역행성 건망증'이라는 단어를 아나?"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미간을 찌푸리자, 선생님은 이렇게 고쳐 말했다.
"세간의 일반 사람들은 기억장애, 기억상실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증상을 말하는 걸세."

"기억상실...... 이라니."

단어를 반복해서 말해보고 깜짝 놀란 나에게, 선생님은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일어난 현상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미츠루는 지금. 최근 3년의 기억을 망각한 상태인 걸세."   


그날.

나는 여자친구와 영원히 이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맞바꾸기라도 한 걸까?

나와 여자친구를 연결하던 추억 모두가,

그녀 안에서 사라졌다.    (29-30p)


첫 장면부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친구라니... 어쩐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일지도 모르겠네요.

뻔한 설정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뻔한 결말로 단정짓지 마시길.

저는 오히려 그 뻔한 설정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남자 이름은 카메이도 다이스케... 도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26세 남자예요. 개와 산책하는 것과 음식을 먹으며 걷는 것이 취미죠.

그의 여자 친구 이름은 츠루기 미츠루, 두 살 아래의 수줍음 많은 성격이고,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동물과 다육식물을 사랑해요.

두 사람은 사귄 지 3년째, 올해 봄부터 동거 중.

7월의 어느 금요일 밤,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요.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던 미츠루가 절도범을 잡으려고 하다가 범인 때문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며 다쳤어요.

다행히 미츠루는 목숨을 건졌으나 기억을 잃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카메이도와 함께 보낸 3년의 시간만 뚝 떼어낸 것처럼.

그 뒤로 카메이도의 선택이 의외였어요.

왜 그랬을까... 카메이도는 자신이 겪는 고통을 감내할 정도로 미츠루를 더 사랑했던 거예요.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로맨스 소설에 대해 가볍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세상에 그 어떤 사랑도 가벼울 수는 없다고.

만약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이 소설의 제목에는 비어 있는 괄호 표시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안다고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아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라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 아름다웠어요. 아프고 괴로워도 참을 수 있게 만드는 힘.

역시나 우리는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은 차곡차곡 쌓여진 기억이라고 여겼는데, 그 기억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었네요. 이 소설 덕분에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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