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로맨틱 상실사>는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 청얼의 데뷔작이라고 해요.

어쩐지 소설보다는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였어요. 줄거리보다는 어떤 장면이 뇌리에 남는 이야기.

7편의 단편소설은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암울한 현실에서 육체적 사랑을 탐닉하는 사람들.

그들이 서로 사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조차도 상관하지 않을테니까.

솔직히 짧은 이야기만으로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어요.  기나긴 인생 중에서 찰나의 순간만 본 것이니까, 그저 그 순간에 느꼈을 감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에요.

그건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 때문일 수도 있어요.

단편 중 「로맨틱 상실사」,「여배우」,「영계」는 1930년대 배경으로, 2016년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 소설이라고 해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청얼이 영화의 시나리오 단계에서 함께 쓴 것이고, 청얼은 이 영화로 중국영화감독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한참을 헤맸지만 그 자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165p)


「몸의 시편」의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얼굴에서 혐오하는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본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좌절과 분노, 자괴감에 몸부림쳤어요. 그러나 곧 깨달았어요.  그 무엇도 영혼을 가두어둘 수 없다는 걸. 영혼 없이 살아가던 그가 마지막에 영혼을 떠올렸다는 것이 너무나 아이러니하네요.


'탐색'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179p)


이건 마치 이 소설에 대한 안내문과 같아요. 실제로 책을 펼치면 목차 전에 이 문장이 적혀 있어요.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이 소설을 읽는 너희들이 탐색해보라는 듯. 그러니까 단편 7편이 절묘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걸 참고하시길.

각각의 주인공들은 그들 인생에서는 전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

뭔가 낭만적인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접어야 해요. 중일전쟁 전후라는 시대적 상황이 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피폐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였어요.

탐색의 결과는 허무함과 공허함이었어요.  텅 빈 거리에 나부끼는 낙엽과 같은 감정만 남았어요.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더니, 저 역시 <로맨틱 상실사>에서 '로맨틱'에 제멋대로 현혹되었어요.

다 읽고 나서야, 아하~ 상실에 방점을 찍었구나,라고 깨달았어요. 감히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저한테는 작은 상실감을 남겼네요.

과연 청얼 감독은 어떻게 영상으로 그려냈을지, 영화 <라만대극소망사>가 정말 궁금하네요. 왠지 이 영화만큼은 원작을 뛰어넘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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