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이야기 - 금기웅 소설집
금기웅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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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이야기>는 금기웅 시인의 첫 소설집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환상이었을까...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이 모든 불행이 꿈처럼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제목과는 달리 씁쓸하고 허망한 이야기라서 놀랐습니다.

어쩌면 '환상'이라는 단어를 내멋대로 아름답게 상상했던 탓에, 그 놀라움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원래 '환상'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뜻합니다.

환상의 기준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현실이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기왕이면 현실보다 더 나은, 멋진 것들을 상상한다면 좋았을텐데, 시인이 들려준 환상 이야기는 진흙이 달라붙은 신발마냥 무겁기만 합니다.

괴물이나 유령보다 더 끔찍한 현실 이야기라서...

일곱 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그 분위기는 닮아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무겁고 답답해지는...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이야기에서 '달'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환상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환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진호는 무의식 깊은 곳에 간직해 왔던 무거운 고통들을 놓아버렸습니다. 현실 세계의 틈으로 빠져나간 환상의 세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환상 이야기를 읽는 이유이기에...



"지호가 매를 맞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저녁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달은 몸이 아픈 것처럼 보이는 반쪽의 달이었다."   (109p)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허기진 반달이 떠 있었다.

순간 그는 달의, 아니 그녀 욕망의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118p)


"너는 이사 가야 한다고. 너는 유목민이라고.

어둔 밤하늘에는 유목민의 칼을 닮은 그믐달이 떠 있다."  (142p)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달은 몸 한쪽 어느 곳이 아픈 것으로 보이는 절반의 달이었다."  (180p)


"그의 눈에 고여 있던 그 어떤 것들이, 오랫동안 서럽게 간직해 왔던 기억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오래 저장되어 있다가 흐르는 것들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달은 이제 물기 머금은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 문득 구름 사이에서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달은 이제 아픈 달이 아니었다. 기쁜 달로 바뀌어 있었다."  (198-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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