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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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질문이지만,

'톨스토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러시아 출신의 대문호, 그가 남긴 작품들...

아마도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부활》을 쓴 작가라는 정도.

저 역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작품 때문에 철학적인 작가라는 인상이 강했어요.

그러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책은 톨스토이의 길고도 놀라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줘요.

실제로 82세까지 살면서 90여 권에 달하는 책들을 발표했으니 위대한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생전에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지위를 누린 톨스토이의 이면을 살펴보자는 거예요.

저자는 톨스토이 문학의 열혈 독자이자 덕후로서 톨스토이의 인생과 사상을 곱씹어보는 여정을 함께 나누려고 해요.


"노년에 와서야 성인의 모습을 한 작가가 되었지만 톨스토이의 젊은 날은 '난봉꾼'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것이기도 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포즈드니셰프가 고백하는 젊은 날의 타락과 방탕이 작가 자신의 얘기요,

《부활》에서 하녀 카튜사를 범하여 아이를 갖게 한 네흘류도프 공작 역시 자신의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영지에 사는 농부의 아내 악시니야와 사랑에 빠졌고 티모페이라는 서자를 낳았다.

스스로를 '짐승'이라 부르며 괴로워하는 중에도 젊은 톨스토이는 정욕을 어쩌지 못했다.

그런 도덕적 카오스 상태에서 탈출구로 찾은 것이 '결혼'이다.

1862년 자신보다 16살 어린, 당시 18세였던 의사의 딸 소피야와 결혼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합법적인' 성생활의 길이 열린 결혼을 통해 부인 소피야는 27년 동안 무려 16번 임신을 했고 13명의 아이를 낳았다.

톨스토이의 정욕과 고민은 해소되고 원만한 가정생활이 유지되었을까?

그와 반대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년에 고집스런 도덕주의자로 변모한 남편의 태도는 가정의 생계와 살림을 보살펴야 하는 소피야 부인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

아무리 위대한 톨스토이라 해도 시대의 한계와 도덕적, 생물학적 한계를 지닌 한 인간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143p)


톨스토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회심'을 일으킨 나이가 쉰이라고 해요.

《참회록》을 쓰며 톨스토이즘이 거의 완성돼 가던 시점에 교훈적인 내용의《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크로이체르 소나타》등의 우화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철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진과 선과 미를 분리하여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칸트 철학의 공헌이라고 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진리는 선하고, 선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또한 아름다움은 진리라는 식의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들이 서로 같지 않으며 어긋날 수 있음을, 그 각각의 경계를 칸트가 분명히 한 거예요.

칸트 철학을 잣대로 톨스토이의 인생과 문학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스스로 작품을 통해 모순과 편견덩어리, 나약하고 비도덕적인 인물임을 고백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노년에 그토록 엄격한 도덕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던 걸 보면, 진지하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대상으로 최적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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