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능동태다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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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지식은 없지만 우리말에 대한 사랑은 있어요.

그래서 요즘들어 너무나 걱정스러워요. 우리말 오염 수준이 미세먼지 농도 같아서...


<우리말은 능동태다> 라는 책 표지를 보면 커다란 느낌표가 있어요.

그 아래 적힌 글을 본 순간, '이 책을 읽어야겠구나' 싶었어요.

"영어 틀리면 부끄럽고 우리말 틀리면 부끄럽지 않지요?"

만약 이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꼭 읽어보시길.


저자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줘요.


"이 작은 책은 학술서도 아니요, 교양서도 아니다.

이 작은 책은 일제 침략자들에게 빼앗겼던 우리말을 되찾은 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시대에

(정확히 말하자면 광복된 것이 1945년이니까 이 책이 출간되는 2018년을 기준으로 80년도 되지 않았다)

그때보다 훨씬 무참히, 게다가 더욱 절망적인 것은

거의 모든 시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틈에

(아무도 문제가 심각해도 알면 해결할 수, 아니 해결의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소멸해 가는 우리말의 운명을 보다 못해 단숨에 써 내려간 통곡의 글이다."   - 머리말 中에서


이 책은 진짜 작은 책이에요. 앉은 자리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어요.

되도록 천천히 읽어야 해요.

평소 자신의 말습관을 점검해야 하니까요. 또한 우리말 오염의 원인을 찾아서

우리가 굉장히 많이 쓰는 말 중에 '너무'라는 표현은 본래 부정적인 뜻이었어요.

그런데 워낙 많이 틀리니까, 다른 긍정적 단어를 물리치고 '너무'가 그 자리를 차지한 거예요.

무척, 매우, 대단히, 참, 훨씬, 굉장히, 되게, 몹시... 저는 여기에 '무진장'을 추가로 더 사용하고 있어요.

저도 처음엔 '너무'를 긍정적 표현에는 쓰질 않다가 점점 섞어가며 쓰고 있어요.

유명 걸그룹의 노래에서 '너무'라는 부사 다음에 당당하게 '좋아하면'이 연결되어 있어요.

'너무 싫다'가 맞는데, 어느새 '너무 좋다'가 익숙해져서 남의 자리를 뺏은 경우예요.

가장 심각한 건 우리말에 느닷없이 등장한 수동태라는 녀석이에요.

영어의 수동태 때문에, 마치 외래종 물고기처럼 우리말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소멸을 부추기고 있어요.

영어식 수동태가 우리 언어생활에 얼마나 침투했는지, 책에 나온 예시 문장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  남다른 여유 느껴지는 (느끼는) 출근길


위 문장에서 '느끼는'이 옳은 표현이에요.

와, 소름돋네요. '느껴지는'이라는 수동태 표현이 틀렸다는 걸 전혀 몰랐던 게 아닌데, '느껴지는'으로 말습관이 굳어졌거든요.

왠지 내가 '느끼는' 것보다 다른 뭔가가 대신 '느껴지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건 유체이탈 화법을 떠올리게 하네요.

수동태는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괴물이에요. '나'라는 존재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어 버리고, 사람 대신 사물이 주인이 되는 사고(思考)를 하게 만들어요.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우리말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짐했어요. 나부터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 

그리고 제발 고쳤으면 바라는 게 있어요. 바로 방송에 나오는 자막이에요.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어,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우리말 오염을 부추기고 있어요.

인싸(인사이드)와 아싸(아웃사이더)라는 말도 TV를 통해서 배웠어요. 한국어로 된 단어가 있는데(없으면 만들어야지) 굳이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거부감은커녕 즐겨 사용한다면, 앞으로 우리말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거예요. 어차피 영어로 말해도 콩글리쉬, 틀린 영어 표현이거나 토종 발음이라 외국인들은 알아 듣지도 못할텐데.


우리말은 능동태다!!  

말은 얼이 담긴 그릇이에요. 어떻게 지켜낸 우리말인데... 그 소중함을 깨닫고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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