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도해자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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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적인 표현으로 번역하여 학문적 텍스트가 아닌 문학작품으로서 즐길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운문이 80퍼센트, 산문이 20퍼센트로 된 희극 작품이라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에 충실하게 운문과 산문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또한 서막에 등장했던 슬라이가 결말에는 등장하지 않아서 미완성 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 책에서는 1594년에 출간된 작가 미상의 극 『어느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결말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제목에서 말괄량이라는 표현이 어린 소녀의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지만, 정작 제목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말괄량이가 아니라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남성들이 가진 여성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길들여야 하는 소유물로 여깁니다.

서막에는 뜬금없이 술주정뱅이 슬라이가 등장합니다. 영주는 술에 취해 술집 바닥에 널브러져 자는 슬라이를 보고 장난을 칠 계획을 세웁니다. 슬라이가 잠든 사이에 씻기고 좋은 옷을 입히고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워 놓고 머리맡에는 엄청난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멋진 옷을 입은 하인이 대기하게 합니다. 슬라이가 깨어났을 때 자신의 신분을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슬라이가 마치 그동안 미쳤었던 것처럼 모두가 짜고 연극을 하는 것입니다.

과연 슬라이는 그들의 연극에 속아넘어갈까요?

영주의 시동 바솔로뮤는 안주인 역할을 맡아 슬라이에게 십오 년 넘게 잠을 잤다고 말합니다. 이때 하인이 등장하여 영주님의 건강 회복 소식을 듣고 배우들이 유쾌한 희극 한 편을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드디어 1막 1장이 시작됩니다. 술주정뱅이 슬라이가 가짜 영주가 되어 '페트루치오의 카테리나 길들이기'라는 연극을 구경하는 극중극 구조입니다.

남성들은 밥티스타의 두 딸, 카테리나와 비앙카를 비교합니다. 그들은 모두 조신하고 아름다운 비앙카에게 청혼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밥티스타가 큰딸 카테리나의 신랑감을 구하기 전에는 막내를 시집보낼 수 없다고 하니, 카테리나를 악마처럼 못된 언니라고 욕합니다.

페트루치오는 밥티스타를 찾아가 당당히 자신이 큰딸과 결혼하겠노라 말합니다. 그러자 밥티스타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딸의 사랑을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루첸티오, 그레미오, 호르테니오, 페트루치오까지 여기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혼의 목적이 아내의 돈이라니, 더군다나 아내를 길들여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페트루치오의 무례하고 난폭한 모습은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카테리나가 순순히 페트루치오의 아내 노릇을 한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연극을 보고 있던 슬라이가 처음 발견되었던 술집에 거지차림으로 돌아온 결말입니다. 슬라이는 영주의 장난을 간밤에 꿨던 꿈이라 여기면서, "내가 막돼먹은 여자 길들이는 법을 알지."라고 말합니다.

과연 누가 누구를 길들였던 것일까요. 16세기 작품 속에서 숨겨진 행간을 읽는 것도 또다른 재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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