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름다워지기 - 뉴욕의 런웨이를 지나 집으로 돌아온 소녀 이야기, 개정판
빅투아르 도세르 지음, 발레리 페로네 엮음, 서희정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을 만큼 아름다워지기.

제목이 너무 살벌해요. 아름다움도 좋지만 죽음을 불사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화예요.

'세계 모델 TOP 20 '에 선정될 정도로 패션계를 누볐던 세계적인 프랑스 톱모델 빅투아르 도세르의 이야기거든요.


빅투아르는 열여덟 살, 시앙스포(Sciences Po : 파리고등정치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불안초조해하던 소녀였어요.

우연히 엄마와 쇼핑하던 중 '엘리트(Elite)'라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어요.

호기심에 에이전시를 찾아갔다가 자연스럽게 엘리트와 계약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모델 세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빅투아르 도세르, 178cm, 83-60-88, 밤색 머리카락, 파란색 눈동장" 그리고 화려한 엘리트 로고.

이것이 포트폴리오 뒤에 끼워진 컴포지트 카드에 적힌 내용이에요.


8주 뒤 빅투아르는 패션위크가 열리는 뉴욕에 갈 예정이라서, 사이즈를 44로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키 178센티미터에 58킬로그램이면 55사이즈는 문제없지만, 44 사이즈를 입으려면 8주 안에 52킬로그램, 아니 여유롭게 50킬로그램까지 빼야 됐어요.

다이어트 방법은 하루에 사과 세 알만 먹기.


이쯤 되면 다들 짐작했을 거예요.

빅투아르는 굶는 것도 모자라 관장약까지 써가면서 혹독하게 살을 뺐고 47킬로그램이 됐어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완벽한 모델.

그러나 빅투아르는 완벽하게 거식증에 걸려 망가지고 있었어요.


이 책은 톱모델이 되느라 죽을뻔 했던 빅투아르의 생생한 체험담이에요.

세계적인 패션쇼의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모델계의 추악한 면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패션계가 이토록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였다는 사실뿐 아니라 모델의 기준을 인간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디자이너들에게 화가 났어요. 실제로 거식증으로 사망한 모델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서,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마른 모델 퇴출법'을 시행하고 있어요.

다행히 지금 빅투아르는 64킬로그램에 66 사이즈로 건강을 되찾았고, 원래 꿈이었던 배우가 되기 위해 연극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빅투아르의 다이어리 같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을 하든 절대로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자신보다 더 소중한 건 없으니까.

문득 우리나라는 패션계가 아니라 연예계가 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돌들이 방송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극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그 모습을 열광하는 청소년들이 왜곡된 미의 기준을 갖게 되는 건 심각한 사회 문제예요. 최근 '탈코르셋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방송,연예계는 프랑스처럼 '마른 연예인 퇴출법' 같은 강력한 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인간의 아름다움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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