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렇게 재니? 스콜라 동시집 2
유미희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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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재니?>는 예쁜 동시집이에요.

유미희 시인은 "나는 시를 발견하고 시는 나를 발견한다"고 말해요.

어떤 의미인지는 이 책을 펼쳐보면 알 수 있어요.

겟메꽃, 초승달, 자벌레에게 묻다, 기름에게, 눈오는 밤, 제비꽃 과일 가게, 싸락눈 ...

시인은 자연과 일상에서 아주 특별한 것들을 발견하는 사람이에요.


뻣뻣한 나뭇가지 모양의 자처럼 생긴 자벌레를 보면서 시인은 이렇게 물어요.

"이것저것 뭘 그렇게 재니?"

그러자 자벌레는 시인에게 되물어요.

"넌 그럴 때 없어?"


재미있죠?

자벌레라는 이름도 자로 재는 것처럼 움직여서 붙여진 거라서

<자벌레에게 묻다>라는 동시가 그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아요.


<기름에게>라는 동시에서는 물방울들 모인 틈에서 동동 겉도는 기름에게 이렇게 말해줘요.
"그만 뚝 떠나는 게 어때?"라고요.

왜냐하면 "넌 너니까."

멋지죠?  우리가 서로 잘 맞지 않을 때, 흔히 '물과 기름 사이'라고 비유하잖아요.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그냥 각자 자신의 개성대로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달>이라는 동시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을 떠올리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 한 번쯤 사다리 타고 올라가 스르르 열어 보고 싶은

  하나 뿐인 노란 창."

보름달을 보고 있으면 문득 달빛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시인은 그런 느낌을 '창'으로 비유하고 있어요.


<거품 걷기>라는 동시는 바깥 세상이 아닌 '나'라는 존재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철학적인 시라고 생각해요.

"내 주변에 넘치는 거품을 걷어 낼래.

... 몇 밤만 자면 시작될 열한 살 내 인생을 위해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맑게 걷어 낼래."

'나'를 가리고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거품'으로 표현해낸 것이 독특해요.

거품을 모두 걷어 낸 뒤에 비로소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아름답고 재기발랄한 유미희 시인의 54편 동시들이  조미자 작가의 귀엽고 사랑스런 그림을 만나서 더욱 멋진 동시집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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