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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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단편들 모음이다.

 이게 뭐지 때론 난해하고 또는 마무리가 어색하고

 어 그래 이해가 되고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호기심이 생겨서

 다른 책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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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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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을 키우기전에 이 책을 한번 읽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시간과 관심을 그리고 경제력도 있어야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쓰다"는 "살다"와 반대다

  괄호속 문장이 나오는데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살아있으니 쓸 수가 있다.

  섬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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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 박현수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내가 읽던 이 구절은

숲의 어느 부분에 새겨져 있을까

자작나무 밑동쯤일까

잔가지 겨드랑이쯤일까

숲은, 인간의 말들을

어디쯤 철지난 현수막처럼 걸치고 있을까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밑줄 그은 이 구절,

나무의 살갗에 새긴 문신은 흐려질까

숲은, 가시철사처럼

파고드는 문장들을 뱉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제 소리를 갖지 못하는 이 구절은 사라지리라

매미, 쓰름매미,

숲에서 제 이름으로 노래하느니

숲은, 탈피 껍질처럼 텅 빈

인간의 문장들을 빗방울처럼 떨쳐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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