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진은영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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