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의 생 - 전동균
아파트 뒤 공터에
나무상자 하나 버러져 있다
과일이 담겼을 땐 향기를 내뿜다가
쓰레기가 담겼을 땐
악취를 내뿜으며
햇빛과 비바람에 부서져 가는
나무상자의 사랑과
슬픔과
굴욕,
어느 날은 천사가 다녀가고
또 어느 날은
악마가 다녀가는 나의 몸,
내 생의 상자에는
도대체 무엇이 담겨 있는지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바람의 옷자락이라도 잡고
묻고 싶은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