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 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자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