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란 - 오세영

 

 

타박타박 들길을 간다.

자갈밭 틈새 호올로 타오르는

들꽃 같은 것,

 

절뚝절뚝 사막을 걷는다.

모래바람 흐린 허공에

살폿 내비치는 별빛 같은 것,

 

헤적헤적 강을 건넌다.

안개, 물안개, 갈대가 서걱인다.

대안(對岸)에 버려야 할 뗏목 같은 것,

 

쉬엄쉬엄 고개를 오른다.

() 너머 어두워지는 겨울 하늘

스러지는 노을 같은 것,

 

불꽃이라고 한다.

이슬이라고 한다.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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